언론개혁과 풍자를 주제로 한 전시 출품작이 특정 언론인에 대한 공격성 희화화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서울민족예술단체총연합(이하 서울민예총)이 지난 1일 광주광역시 메이홀에서 ‘가짜뉴스 언론 풍자 및 기자 캐리커쳐 작품 전시회’를 주제로 한 기획전 ‘굿바이 시즌2’를 개막했다. 서울민예총 시각예술위원회는 이번 전시에 대해 “국민들의 눈과 귀를 막고 진실을 왜곡하는 가짜뉴스, 허위 여론조사 퇴출을 바라는 전국 예술가들이 연대하는 자리”라며 “언론 본연의 기능과 역할을 망각하고 권언유착을 서슴치 않으며 ‘저널리즘’이라는 기본 가치를 훼손하는 일부 언론사와 기자들에게, 예술가들의 마지막 보루인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소리 없는 외침’이자 ‘몸부림’이다"라고 소개했다. 캐리커쳐·카툰·회화·사진·조각 등으로 온·오프라인 시각예술분야에서 활동해온 김서경·김운성·박재동·이흥렬 등 18명이 참여했다.
문제는 행사 포스터로도 사용된 박찬우 작가의 작품때문에 불거졌다. 100명 이상의 전·현직 언론인과 방송인을 희화화 한 캐리커쳐 아래에 기자 실명을 적은 작품이 행사 홍보용으로 공개돤 것.
언론 전문매체 ‘미디어오늘’은 1일 온라인기사를 통해 이 전시의 정파성 시비를 지적하며 “(박찬우 작품의 등장인물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검증했던 KBS·SBS·주요 신문사 법조 기자들이나 문재인 정부에 비판적이었던 기자들이 상당수라는 점에서 작품이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면서 “보수매체 기자들과 그 출신 인사들이 다수이나 진보 매체 기자들도 실명 캐리커처로 희화화됐다”고 짚었다. 미디어오늘은 “예술적 표현방식을 허용할 수 있으나 상상력부재, 일차원적 사고, 통제 불능의 저급함, 분노의 원초적 방출, 보편적 인권 의식 부재 등이 엿보인다”, “언론인 권익을 보호하고 왜곡된 언론관 확산을 막아야 할 책임이 있는 전국언론노조,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등 언론인 단체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등의 기자들 발언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에 대해 홍경한 미술평론가는 “예술가 역시 사회구성원으로서 비판의 목소리를 낼 수 있고, 그 대상에는 언론도 예외는 아닐 것이며, 표현방식 또한 최대한 폭넓게 허용해야 한다”고 전제하면서도 “작품에 실명으로 등장한 100여명의 기자들이 전부 가짜뉴스 생산자이거나, 언론개혁을 촉발해온 당사자인지에 대한 설득력 있는 근거와 설명이 따라줘야 한다. 그것이 흔한 인터넷 댓글과의 구분점이고 익명의 누군가와 자기 이름에 책임을 지는 예술인과의 차이”라고 말했다. 또한 홍 평론가는 “무엇보다 ‘예술작품’으로 선보인 것이라면 감동의 가치를 전제로 한 미의식이 내재돼야 공감을 얻을 수 있을 텐데, 그렇지 못할 경우 자칫 예술이라는 얼굴의 한 프로파간다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면서 “이는 건강한 언론구조 구축이라는 전시 목적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진영 논리에 부역하는 결과만 초래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준모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은 “정치사회문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이를 지적하는 것은 예술의 몫이지만, 이것을 정치적인 도구나 수단으로 이용한다면 오히려 대중으로부터 예술에 대한 혐오와 기피로 이어질 것”이라 경고하며 “이런 방식으로 (언론인) 기피인물들의 리스트를 만드는 것은 예술인들이 그토록 혐오하는 ‘블랙리스트’의 또다른 모습이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를 총괄한 박성현 전시기획자는 이날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사실을 기반으로 진실을 전하는 언론 본연의 기능과 역할로 돌아가길 촉구하고 기대하는 마음으로 이번 전시를 준비했다”면서 “비판적 시각을 가져온 작가들의 작품을 모았고, 굉장히 날카롭게 표현된 작품들도 상당하다”고 밝혔다. 특정언론인을 희화화 한 선정적 풍자라는 비판에 대해 박 기획자는 “작가적 표현이니까 어떤 기준을 적용해서 볼 수는 없는 부분이라 생각한다"면서 “희화화 하면 할수록 이런 것까지 다 포함하는 게 예술적 영역이기에 표현이 가능한 것이라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흥렬 서울민예총 사무처장은 전시 보도자료에서 “이번 전시는 예술가들의 표현의 자유를 지키고 왜곡된 가짜뉴스를 생산하는 일부 언론사들의 행태를 풍자하기 위해 마련됐다”면서 “짧은 시간임에도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는 뜻 있는 작가분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 너무 기쁘다”고 밝혔다. 지난 2012년 같은 주제의 행사가 열린 바 있어, 이번 전시에는 ‘시즌2’가 붙었다. 오는 15일까지 광주 전시가 열린 후, 주최측은 서울 등 다른 지역으로의 순회전을 개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