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기초단체장의 64% 이상인 145곳을 차지하게 됐다. 더불어민주당이 압도적 우위를 보였던 수도권과 충청권은 물론 전통적으로 지지세가 강했던 강원과 부산·울산·경남에서도 압승하며 권력 지형을 재편하는 데 성공했다. 4년 전 151명의 당선인을 배출했던 민주당은 ‘현역 프리미엄’과 ‘인물론’으로 승부했지만 정권 안정론의 바람을 꺾기에는 역부족이었다.
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구·시·군의 장’ 개표가 마무리된 가운데 전국 15개 시도 기초단체장 226곳에서 국민의힘 145명, 민주당 63명, 진보당 1명, 무소속 17명이 최종 당선됐다. 4년 전 제7회 지방선거에서 당시 자유한국당 출신 당선인이 53명에 그쳤던 결과가 정반대로 뒤집힌 것이다. 경기·인천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보수 진영이 압승을 거둔 것은 2006년 이후 16년 만이다. 국민의힘은 2018년 지방선거에서 수도권 전체 기초단체장 자리 중 서울 1곳, 경기 2곳, 인천 1곳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은 현역 구청장과 시장을 투입해 승부수를 띄웠지만 정권 안정론의 바람을 탄 국민의힘은 예상보다 강했다. 국민의힘은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를 포함해 종로·중구·용산·광진·동대문·도봉·서대문·마포·양천·강서·구로·영등포·동작·강동 등 17곳을 차지했다. 민주당은 강북·노원·성북·성동·중랑·은평·관악·금천 등 8곳에서 당선됐다. 민주당은 지난 서울 구청장 선거에서는 ‘24 대 1’ 압승을 거뒀다. 민주당 후보들이 수성에 성공한 곳은 전통적으로 민주당 색채가 강한 지역으로 강북구를 제외하고는 모두 현역 구청장이 후보로 출마한 지역이다.
경기도 31개 기초단체 가운데 국민의힘은 22곳(성남·의정부·양주·동두천·안산·고양·과천·의왕·구리·남양주·오산·군포·하남·여주·용인·김포·광주·포천·연천·양평·이천·가평), 민주당이 9곳(수원·안양·부천·광명·평택·화성·시흥·파주·안성)에서 승리했다. 국민의힘은 경기 동북부 지역은 물론 전통적인 민주당 강세 지역에서도 승리를 거머쥐었다. 특히 특례시 3곳 중에서 용인 이상일, 고양 이동환 후보는 민주당 후보를 큰 표차로 누르고 승리했다. 민주당은 현직 시장·군수 18명이 재도전했지만 5명만 자리를 지켰다. 3선에 성공한 최대호 안양시장, 재선에 성공한 박승원 광명시장, 정장선 평택시장, 임병택 시흥시장, 김보라 안성시장 등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고배를 마셨다.
인천에서는 국민의힘이 7곳(동구·서구·미추홀·남동·연수·중구·옹진), 민주당이 2곳(계양·부평), 무소속은 1곳(강화)에서 승리했다. 무소속인 유천호 강화군수 당선인의 복당까지 고려하면 사실상 인천 8곳에서 모두 승리한 셈이다.
캐스팅보터인 충청권에서도 국민의힘은 우위를 되찾았다. 대전(국민의힘 4, 민주당 1)을 비롯해 충남(국민의힘 12, 민주당 3), 충북(국민의힘 7, 민주당 4) 모두 국민의힘이 큰 격차로 승리했다. 특히 대전은 지난 선거에서 민주당이 기초단체장 5곳을 석권했지만 1곳을 제외하고는 4년 만에 모두 국민의힘에 내주게 됐다. 지난 선거에서 민주당이 11곳을 차지했던 강원에서도 국민의힘은 14곳에서 승리했다.
최근 전국 단위 선거에서 민주당이 세를 넓혀왔던 ‘부울경(PK)’ 역시 이번에는 국민의힘이 기초단체장 대부분을 차지했다. 국민의힘은 부산 16곳에서 모두 승리했으며 울산(국민의힘 4, 진보당 1)과 경남(국민의힘 14, 민주당 1, 무소속 3)에서도 민주당을 압도했다.
이런 결과는 정권 안정론이 현역 프리미엄과 인물론으로 승부한 민주당을 압도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재명 총괄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지방선거 전면에 등장하면서 여권의 전통적인 지지층의 투표 열기를 끌어올리는 역효과를 낳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특히 구청장이나 전국 시장·군수 선거에서 1~2%포인트 차이로 석패한 곳이 수두룩하다”면서 “당 지도부의 전략 실패가 아니었으면 충분히 당선될 곳이었다. 이번 지방선거를 이끌었던 인사들에 대한 책임론이 앞으로 거세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