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6·1 민심] 이념·세대·성별 갈라치기에 쇄신 부재…투표율 50.9%로 경고했다

[투표율 '역대급 저조' 이유는]

2002 월드컵 기간 지선 이후 최저

대선·총선 대비 유권자 관심도↓

잇단 선거 피로감·극한 갈등 신물

광주 37.7% 최저…전북 평균 이하

'대선 패배' 野, 강성 지지층만 구애

중도층 포용 못해 유권자들 외면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인 1일 서울 성북구 북한산국립공원 탐방안내소 별관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한 유권자가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 연합뉴스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인 1일 서울 성북구 북한산국립공원 탐방안내소 별관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한 유권자가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6·1 지방선거 투표율이 50%를 가까스로 넘겼다. 절반에 가까운 유권자들이 투표권을 행사하지 않은 것이다. 연이은 대형 정치 이벤트와 정치권의 잇단 극한 대립으로 인한 피로감, 여기에 대선 패배 이후 변화와 쇄신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야당에 대한 실망감 등이 반영된 것이라는 평가다.



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최종 투표율은 50.9%를 기록했다. 2002년 치러진 제3회 지방선거 이후 두 번째로 낮은 투표율이다. 당시 2002 한일 월드컵 기간 중 선거가 치러지면서 대중의 관심을 받지 못했던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가장 낮은 투표율을 기록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의견도 나온다.

지금까지 지방선거는 대통령을 뽑는 대선이나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총선에 비해 낮은 투표율을 기록해왔다. 상대적으로 유권자들이 체감하는 중요도와 관심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민선 부활 첫 선거인 1995년 제1회 지방선거와 4년 전 남북·북미 정상회담 개최로 인한 한반도 평화 분위기 속에 치러진 제7회 지방선거 단 두 번만 투표율이 60%를 넘겼고 나머지는 50% 내외에 머물렀다.





그러나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는 과거보다는 더 높은 투표율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77.1%의 투표율을 기록한 제20대 대선을 치른 지 불과 84일 만의 선거인데다 4년 전 지방선거에서 60%대 투표율을 기록한 탓이다. 지방선거 역대 최대 사전투표율 20.6%도 이 같은 기대감에 한몫했다. 이 때문에 여야는 투표율이 높을수록 본인들에게 유리하다는 기조하에 투표 독려 캠페인을 진행했다.

관련기사



하지만 투표함의 뚜껑을 열어보니 이 같은 기대는 오히려 투표율 하락의 요인이 됐다. 대형 정치 이벤트가 이어지면서 생긴 피로감이 대선 때 투표장을 찾은 유권자의 3분의 1이 지방선거 투표를 포기한 원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선관위 측은 “3월 대통령 선거 후 3개월 만에 실시돼 상대적으로 유권자의 관심도가 높지 않고 사전투표가 분산 효과로 이어지면서 사전투표율이 지난 지방선거에 비해 높았음에도 전체 투표율이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연이은 선거를 치르면서 이념·세대·성별 등을 둘러싼 갈등이 정치권에서 고조된 것도 유권자들의 정치 무관심에 한몫했다. 선거 때마다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후보들 간의 흑색선전 경쟁 또한 반복됐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선과 지방선거가 짧은 기간을 사이에 두고 치러지면서 유권자들이 정치적 갈등 등에 너무 피곤하고 지친 상태가 됐다”고 말했다.

과거 선거에서 전체 투표율 상승을 이끈 호남의 투표율이 낮았던 것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전남은 58.5%의 투표율로 전국 최대를 기록했지만 광주는 17개 시도 중 가장 낮은 37.7%에 머물렀다. 전북 또한 전국 평균에 못 미치는 48.7%에 그쳤다. 호남을 주요 정치 기반으로 하는 더불어민주당이 대선 패배 이후 쇄신의 자세 대신 일부 팬덤에 기대는 모습을 보이면서 실망한 지지자들이 투표장을 찾지 않았고 이러한 흐름이 전국적으로 발생했다는 것이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민주당이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며 정치를 하면서 중도층 민심과는 괴리가 있는 모습을 보인 것에 대한 심판을 연속으로 두 번 받은 셈”이라며 “대선 패배 이후 자기 논리에 갇히면서 유권자들의 외면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정상훈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