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일 유럽으로 출국하는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네덜란드뿐 아니라 영국, 독일도 방문한다. 특히 독일에서는 친분 관계가 두터운 지멘스를 직접 찾아 반도체 공급망을 확대하고 인수합병(M&A) 가능성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3일 정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이달 7~18일 유럽 출장을 떠나 네덜란드를 비롯해 독일, 영국 등 3개 국가 이상을 둘러본다. 앞서 법원은 지난 2일 이 부회장이 2주간 재판에 나오지 않았도 괜찮다고 허락했다.
이 부회장은 독일에서 삼성전자의 오랜 협력사인 지멘스를 찾아 회사 수뇌부를 만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멘스는 현재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첨단 공정에 설계자동화(EDA) 도구 등을 제공하는 업체다. 지난해 11월에는 △첨단 패키징 적격성 평가 △정전기 방전(ESD) 규정 △클라우드 기반 집적회로(IC) 설계 등까지 지원 범위를 확대했다.
지멘스는 올 2월 인텔의 파운드리 서비스 생태계에도 참여한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이 회사는 인텔에 차세대 시스템온칩(SoC) 설계·제작 등을 지원한다. 지멘스는 2020년 IC 설계를 위한 배치·배선(P&R) 소프트웨어 개발 선두 업체 ‘아바타 인터그레이티드 시스템’도 인수했다. 2016년에도 지멘스 EDA의 전신인 반도체 설계용 소프트웨어 업체 ‘멘토 그래픽스’를 사들였다. 글로벌 공급망 생태계를 확고히 해야 하는 이 부회장 입장에서는 추가 협력의 여지가 큰 기업이라는 얘기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2년 2월에도 지멘스 본사를 방문해 피터 뢰셔 CEO(최고경영자)와 마주한 바 있다. 2014년 10월, 2015년 10월에는 서울에서 조 케저 지멘스 회장과 잇따라 회동했다. 당시에는 스마트공장과 차세대 정보통신기술(ICT) 사업을 논의했다.
독일의 자동차·산업·전력용 시스템반도체 기업 ‘인피니온’이 네덜란드의 ‘NXP’와 더불어 삼성전자의 인수합병(M&A) 유력 후보군이라는 점도 관심사다. 인피니온은 1999년 지멘스에서 분사해 설립됐다.
이 부회장의 영국 방문 성과도 관심이 쏠리는 부분이다. 해외 언론과 업계에서 삼성전자가 영국의 세계적 반도체 설계 업체(팹리스) ‘암(ARM)’을 공동 인수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30일 서울에서 ARM 인수에 관심을 보인 팻 겔싱어 인텔 CEO와 만나 저녁식사를 함께하기도 했다.
네덜란드에서는 에인트호번에 있는 ASML을 찾아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수급을 직접 챙길 공산이 크다. EUV 장비는 초미세 반도체 회로를 만드는 필수 설비로 파운드리 경쟁력 강화의 핵심이다. 이 부회장은 2020년 10월에도 ASML 본사에서 페터르 베닝크 CEO에게 EUV 장비 공급을 요청했다. 업계에서는 이밖에도 이 부회장이 출장 기간 북유럽 등 다른 국가들을 더 방문해 6세대 이동통신(6G) 장비 등에 대한 협력을 확대할수 있다고 전망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에 대해 “출장 허가가 이제 막 나왔기에 확정된 것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