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로이어'가 의학과 법정물을 섞은 복합장르를 들고 찾아온다. 의학 드라마의 매력에 법정 드라마의 서스펜스를 더해 시청자들을 사로잡겠다는 목표다. 또 애절한 서사와 미스터리까지, 그야말로 종합선물세트 같은 드라마가 될 예정이다.
3일 오후 MBC 새 금토드라마 '닥터로이어'(극본 장홍철/연출 이용석) 제작발표회가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자리에는 이용석 감독을 비롯해 배우 소지섭, 신성록, 임수향이 함께했다.
'닥터로이어'는 조작된 수술로 모든 걸 빼앗기고 변호사가 된 천재 외과의사 한이한(소지섭)와 의료범죄 전담부 검사 금석영(임수향)의 이야기를 담는다.
이 감독은 "'닥터로이어'는 한 사람의 생과 사가 갈리는 공간인 병원과 사람의 미래 성패가 갈리는 법정을 배경으로 한다. 이곳을 무대로 몰락한 인간과 사랑을 잃은 검사가 진실을 규명하고 복수하는 내용"이라며 "여기에 정체를 알 수 없는 광기의 소유자 제이든이 끼어들면서 예측할 수 없는 이야기가 펼쳐진다"고 소개했다.
이 감독은 '닥터로이어'를 통해 처음으로 메디컬 드라마 연출에 도전했다. 그는 "사극, 장르물, 코미디, 격정 멜로 등 다양한 장르를 해봤다. 그런데 메디컬은 겁이 나더라"며 "일부러 안 한 건 아니지만, 근처로 가지 않았다. 준비할 것도 많고, 촬영 시간도 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닥터로이어'의 대본을 보는 순간 '여기서 어려운 길을 갈 것인가 쉬운 길을 택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들었다. 이번에 새로운 길을 걸어야 나도 매너리즘을 극복하고 연출자로 다른 면모를 보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또 소지섭과 인연이 많아 오랜만에 만나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고 덧붙였다.
세계적으로 한국 드라마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묵직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이 감독은 "우리나라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보는 눈이 높아졌고,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서 같이 보기도 한다. 한국 드라마의 질을 더럽히면 안 되겠다는 마음이 들더라"며 "법정이나 수술 장면은 실제 일하는 분들이 보더라도 이상하지 않다고 느낄 수 있게 만들려고 애썼다"고 강조했다.
배우 캐스팅에 대해서는 "소지섭은 소지섭이다. 가릴 게 없다"며 "신성록은 주인공을 할 수 있는 배우 중 광기랑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다. 제이든 역에 떠오르는 유일한 후보였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임수향이 맡은 캐릭터는 우리 드라마에서 가장 감정의 스펙트럼이 크다. 쉽지 않은 역이어서 다양한 장르의 연기 경험이 있고, 감정의 폭이 넓은 배우가 필요했다"며 "누가 있을까 고민했는데 임수향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세 분 다 연기력이 출중하다. 또 잘생겨서 현장에서 보고 있으면 흐뭇하다"며 "다른 드라마는 내가 선장으로 끌고 가야 된다는 부담감이 있는데, 이 드라마는 배우들이 알아서 북 치고 장구를 쳐줘서 나는 추임새만 넣으면 됐다. 오랜 시간 연출했는데, 가장 편하고 재밌는 현장이었다"고 칭찬했다. 이어 "전문 드라마다 보니 어려운 이야기를 쉽게 전달해야 됐는데, 배우들은 다 알아야 정확하게 표현하지 않냐. 눈에 보이는 것보다 배우들이 더 많이 공부했다"고 뿌듯함을 표했다.
배우들은 대본과 캐릭터가 주는 매력에 이끌렸다. 소지섭은 "한이한이 가진 두 가지 직업이 좋았다. 의사면서 변호산데 다른 것 같지만 비슷하더라"며 "의사는 사람의 목숨을 살리고 변호사는 사람의 인생을 구하지 않냐"고 했다. 신성록은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 막힘이 없을 정도로 재밌었다. 같이 나오는 배우들이 의지할 구석이 많다는 점도 선택의 이유"라며 "내 캐릭터도 매력적이라 주저 없이 선택했다"고 말했다. 임수향은 "캐릭터가 강하게 와닿았다. 석영의 서사가 드라마 초반에 중요한 사건의 발단인데, 그 부분이 매력적이었다"며 "이후 변화되는 석영의 차가운 모습까지 다양한 면모를 보여드릴 수 있겠다 싶었다"고 회상했다.
소지섭은 의료소송 전문 변호사가 돼 돌아온 천재 외과의 한이한 역을 맡았다. 그는 두 가지 전문직을 동시에 연기하게 돼 최대한 어색함 없이 표현하려고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많이 연습하고, 물어보고, 고민하고, 확인하는 작업을 반복했다. 어렸을 때도 독서실을 안 갔는데, 독서실에서 공부하듯이 외웠다"며 "아무래도 내가 배우다 보니 따라 하는 건 빠르다. 의사 선생님이 시범을 보이면 그대로 따라 하는 방식으로 촬영했다"고 말했다.
소지섭은 '내 뒤에 테리우스'로 대상을 수상한 후 4년 만에 '닥터로이어'로 복귀한다. 그는 "대상 수상 후 첫 작품이라고 해서 부담스러운 마음은 없다. 난 항상 작품을 선보일 때 부담되고 떨리기 때문"이라며 "다행히 좋은 배우, 스태프와 만나서 좋은 작품을 만들고 있다. 덕분에 예전보다 긴장이 덜하다"고 밝혔다.
로비와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 아너스 핸드의 아시아 지부장인 제이든 리를 연기한 신성록은 "치명적이고 위험한 매력을 지닌 캐릭터"라고 소개했다. 그는 "제이든은 로비스트고 굉장히 큰 회사의 임원이라 자칫 딱딱해 보일 수 있다. 난 그런 걸 배제하고 돌발성 있는 캐릭터로 연기하고 싶었다"며 "외국 생활을 오래 한 캐릭터라 최대한 교포 느낌을 내려고 했다"고 했다.
임수향은 범죄자의 갱생은 용서와 선처가 아닌 처벌에서 나온다는 신념을 지닌 검사 금석영으로 분한다. 그는 "전문직 캐릭터가 처음이라 프로로 보이고 싶었다. 그러려면 발음을 정확하게 해야 된다는 압박감이 생기더라"며 "매회 '간장공장 공장장'을 외우는 마음으로 촬영했다. 선배들에게도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감사했다.
이 감독은 '닥터로이어'를 통해 이해심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많은 분들이 경제적으로 어렵고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어려운 시기를 재밌게 즐길 수 있는 드라마가 되길 바란다"며 "의료 전문 변호사는 의사의 편일까, 아니면 불행을 당한 환자의 편일까를 생각했다. 각자 입장과 상황이 있는데, 대척점에 있는 직업들이 나오는 만큼 서로 다른 분야와 입장에 있는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한편 '닥터로이어'는 이날 오후 9시 50분에 첫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