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집콕족’이 늘면서 올해 상반기 한국소설 판매량이 역대 최대 증가 폭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올 들어 부동산 시장 안정에다 주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재테크 관련 서적의 판매는 줄었다.
7일 국내 최대 서점 교보문고는 상반기(기준일 1월 1일~6월 6일) 종합 베스트셀러 및 도서 판매 동향을 집계한 결과 소설 판매 권수는 전년 동기 대비 13.2% 늘었다고 밝혔다. 종합 베스트셀러 10위권에 이름을 올린 소설은 5종(국내 작품 3종)에 달했다. 특히 한국 소설 판매량은 37.6% 급증했다. 종합 1위는 김호연 작가의 ‘불편한 편의점’이었고 2위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서간문집 ‘그리움은 아무에게나 생기지 않습니다’였다.
10위권에 든 소설은 이미예의 ‘달러구트 꿈 백화점’(6위), 재미교포 이민진의 ‘파친코 1’(8위), 황보름의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9위), 매트 헤이그의 ‘미드나잇 라이브러리’(10위) 등이다. 교보문고는 “지난해의 경우 종합 1위를 차지한 ‘달러구트 꿈 백화점’처럼 판타지 소설이 대세를 이뤘다면 올해는 코로나19 장기화로 힐링 스토리가 대체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국내 문학작품이 외국어로 번역돼 해외 독자를 만나는 일도 활발해지고 있다. 한국문학번역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번역원 지원으로 해외에서 출간된 한국 문학은 2017년 127종에서 지난해 186년으로 늘면서 연평균 10% 증가세를 보였고 올해도 200종 가까이 번역 소개될 예정이다.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1차 후보에 지명됐던 박상영 작가의 ‘대도시의 사랑법’,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던 정보라 작가의 ‘저주토끼’ 등 한국 작가들이 유수의 해외 문학상 수상 및 후보에 오르며 판매량이 늘어 역주행 베스트셀러 사례도 나타난다고 교보문고는 설명했다.
분야별 올 상반기 판매 비중을 보면 중고생 학습서가 시장 점유율 14.1%로 1위를 기록했다. 아동 서적은 전년 동기 대비 13.0% 증가하며 점유율 8.3%로 2위에 올라섰다. 반면 경제·경영서는 7.9% 감소했다. 판매 비중도 7.5%로 줄면서 점유율이 3위로 떨어졌다. 종합베스트셀러 10위권에 오른 경제·경영서도 지난해 4종에서 올해는 1종으로 줄었다.
또 대선과 지방선거 등 굵직한 정치 이벤트가 이어지면서 정치·사회 분야 책 판매량은 47% 늘었다. 특히 정치의 팬덤화가 가속화하면서 일반적인 정치 이념이나 사상보다는 박근혜·이재명·윤석열·조국 등 특정 인물에 포커스를 맞춘 책들의 판매가 급증했다.
이날 인터넷 서점 예스24가 발표한 ‘2022년 상반기(1~5월) 도서 판매 동향’에서도 종합베스트셀러 100위권에 오른 도서는 어린이 분야와 소설·시·희곡 분야가 각각 16권으로 가장 많았다. 경제·경영은 14권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권이 줄었다. 이어 자기계발(9권), 국어·외국어·사전(8권), 인문(7권) 등이 뒤를 이었다.
또 국내 도서시장은 코로나19로 때아닌 특수를 만난 것으로 조사됐다. 교보문고의 연평균 환산 도서 판매량을 살펴보면 팬데믹 기간(2020~2022년 상반기)에 2019년과 대비해 판매량이 줄어든 분야는 여행, 잡지, 시·에세이, 외국어, 유아, 역사·문화, 요리 정도였다. 경제·경영이 45.3%로 가장 높은 판매 신장률을 보이는 등 나머지 분야는 평균 20% 성장을 기록했다.
아울러 교보문고는 오프라인 채널과 비슷하던 온라인 채널의 판매 비중이 2020년에는 64.8%로 급증했다고 분석했다. 이 중 모바일 채널은 2019년과 비교할 때 32.9% 늘어나 인터넷 채널의 신장률(20.1%)을 앞질렀다. 현재 교보문고의 온라인 채널 판매 비중은 60.7%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