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지방선거 승리 이후 다음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까지는 1년의 시간이 남은 가운데 국민의힘 내 차기 당권 주자들이 몸풀기에 나섰다. 친윤(친윤석열) 그룹에서도 당권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대선과 지방선거를 치르며 당의 주류가 된 친윤 그룹 내 중진 의원들이 당내 민감한 현안에 대한 공개 발언을 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친윤 그룹은 '윤석열 정부의 안정적인 국정 운영 뒷받침'을 내세워 윤석열 대통령과 긴밀하게 소통할 수 있는 인사들이 당의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논리를 공통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친윤 그룹 내 핵심 인사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성상납 의혹' 징계 문제로 조기 전당대회 개최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여권 내 본격적인 권력싸움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친윤 그룹이 일찌감치 당내 주도권을 잡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내 최고참 중진으로 친윤 그룹의 '맏형' 격인 정진석 의원의 경우 '당권 도전'을 염두에 두고 본격 행보에 나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정 의원은 6일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행과 당 혁신위원회 출범을 통한 공천 개혁 추진 등을 "자기 정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라고 비판한 바 있다. 특히 정 의원은 대선과 지방선거 '연승 행진'을 윤석열 대통령의 공으로 돌리며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에게 큰 빚을 졌다. 국민의힘이 그 빚을 갚는 길은 여당으로서 굳건하게 윤석열 정부를 뒷받침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인 권성동 원내대표도 전날 국회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이 대표를 지적하면서 '당정 간 긴밀한 협의'를 강조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을 두고 "시기나 형식에 대해 여러 논란이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고 했고, '이준석 혁신위'에 대해서도 "인적 구성과 아이템(의제) 등에 대해 숙고하는 시간이 필요한데 좀 성급했다는 측면이 있다"고 비판했다.
다만 현재까지 친윤 그룹 주류 인사들 가운데 차기 당권에 공개적으로 도전 의사를 밝힌 경우는 없다. 앞서 정 의원도 "당의 최고참으로서 그저 필요할 때 필요한 의견을 이야기할 뿐"이라며 당권 도전에 선을 그은 상태다. 이와 관련, 앞으로 차기 당권 경쟁 일정이 구체화되면 친윤 그룹을 대표할 차기 당권 주자를 직접 세우거나, 자신들과 뜻이 맞는 특정 주자를 선택해 밀어줄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당내에서는 지방선거로 잠시 덮어뒀던 이 대표와 친윤 그룹 간 해묵은 갈등이 이른바 '이준석 혁신위'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터져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혁신위에서 내후년 총선을 위한 '공천 개혁'을 단행하려는 이 대표와 '윤석열 정부 국정 뒷받침'이 당의 최우선 과제가 돼야 한다는 친윤 그룹의 인식 차가 크기 때문이다. 친윤 성향의 한 의원은 "당장 선거가 있는 것도 아닌데 이 대표가 이 시점에 공천 이야기를 꺼내고 47개 당협위원장을 벌써 공모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혁신위가 다음 당 대표 권한인 공천 등에 손을 대는 월권을 할 경우 문제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