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환매 중단 사태로 2500억 원대 피해를 낸 디스커버리자산운용 장하원 대표가 8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원에 모습을 드러냈다. 장 대표는 장하성 주중대사의 동생이기도 하다.
장 대표는 이날 서울남부지법 권기만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되는 심문에 출석했다. 그는 “부실펀드 판매·투자금 돌려막기 혐의 등을 인정하시냐”고 묻는 취재진 질문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은 채 법정으로 들어갔다. “펀드 ‘쪼개기 운용’ 의혹을 인정하는지, 피해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등의 질문에도 장 대표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피해자들은 장 대표를 향해 “사기꾼아” “폰지 사기 인정하라” 등 고함을 지르기도 했다.
앞서 장 대표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와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회사 임원 1명과 함께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장 대표의 구속 여부는 밤 늦게 결정될 전망이다.
장 대표는 펀드에 부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알고서도 이를 숨긴 채 판매하고, 판매 수익이 없는 상황에서 신규 투자자가 낸 투자금을 기존 투자자에게 수익금으로 지급하는 ‘폰지 사기’ 수법을 쓴 혐의를 받는다.
사건을 수사해 온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달 영장을 신청했으나 서울남부지검이 보완수사를 요구하며 한 차례 반려했다. 이후 경찰은 약 한 달간 보강 수사를 거쳐 영장을 재신청했다.
디스커버리 펀드는 지난 2017∼2019년 4월 IBK기업은행과 하나은행 등 시중은행과 증권사를 통해 판매됐다. 이후 운용사의 불완전 판매와 부실 운용 등 문제로 환매가 중단돼 개인·법인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며 논란이 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4월 말 기준 환매 중단으로 은행 등이 상환하지 못한 잔액은 모두 2562억 원에 달한다.
장 대표는 장하성 중국대사의 친동생으로, 장 대사 역시 60억 원 가량을 디스커버리펀드에 투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채이배 전 바른미래당 의원, 장 대사의 고려대 동료 교수들도 투자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 사기피해대책위원회는 이날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 대표의 구속을 촉구했다. 대책위는 “디스커버리 사모펀드의 설계·설정·운용 과정의 모든 열쇠를 쥐고 있는 장하원은 반드시 구속돼야 한다”며 “이번 영장실질심사를 통해 디스커버리펀드 사태가 원만하게 해결되고 정부 정책의 신뢰가 무너지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