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기 액션 영화의 레전드 '탑건'(1986)이 무려 36년 만의 후속작 '탑건: 매버릭'으로 돌아왔다. '탑건'에서 매버릭 대위 역으로 글로벌 톱스타 반열에 올랐던 톰 크루즈는 물론 경쟁 상대였던 아이스맨 발 킬머도 그대로 등장한다. 세월이 흐른 만큼 아이스맨은 함대 사령관으로 진급했단 설정이지만 그와 자웅을 겨뤘던 매버릭은 무슨 일인지 대령에 머물러있다. 매버릭은 그의 명성을 아무도 모르는 신참 생도들의 훈련 교관으로 파견돼 무시받다가 실력으로 압도해버리는 역할로, 더욱 역동적인 전투기 액션 씬과 함께 하얀색 해군 제복, 바이크 질주 장면까지 전작의 흥행 요소들을 고스란히 재현했다.
그렇다면 전작 '탑건' 감상은 두말 할 필요 없이 필수다. 30여년 전 당시 아카데미와 골든 글로브, 박스오피스 흥행 1위 등 모든 것을 가졌던 명작이다. 거장 리들리 스콧 감독의 동생이자 실력파 광고 감독이던 토니 스콧이 연출을 맡아 눈을 즐겁게 하는 화려하고 감각적인 미장센을 액션과 드라마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웨이브, 티빙, 왓챠 등 여러 플랫폼에서 바로 시청이 가능하다.
줄거리는 복잡하지 않다. 냉전이 한창이던 1969년, 실력을 자부하던 전투기 조종사 매버릭은 절친 구스와 함께 최정예 전투기 조종사를 양성하는 훈련학교 파이터 웨폰 스쿨 생도로 선발된다. 조종사들은 '탑건'이라 부르는 곳으로, 최고의 전투기 조종사 타이틀을 놓고 경쟁을 펼친다.
매버릭이 사랑에 빠진 여인이 하필이면 훈련학교의 교관이자 항공물리학 전문가 찰리였고 '난 선생이고 넌 학생이야'를 시전한다. 매버릭은 그녀에게 너무나도 이끌리지만 쉽사리 자신의 입술을 찰리에게 갖다 대지 않는다. 찰리는 심지어 다른 학생들 몰래 자신의 집으로 매버릭을 초대하기에 이르지만, 그게 사랑이 아닌, 매버릭 만이 갖고 있었던 적국 미그기와의 근접 전투 정보를 캐내기 위한 것임을 알고는 멋지게 뒤돌아선다.
1만 피트 높이에서 비행 훈련을 하는 내내 매버릭은 과감하다. 젊고 어린 야생마같이 날뛴다. 극강의 전투기 조종 실력을 칭찬할 수밖에 없지만 그렇기에 위험하고 불안하단 꼬리표 역시 붙는다. 그의 절친 구스마저도 "난 먹여살려야 할 가족이 있다"면서 매버릭에게 우려를 표한다. 훈련 도중 제트 기류를 만나 전투기가 고장나고, 탈출 과정에서 구스가 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의문의 사고로 숨진 실력파 전투기 조종사였던 매버릭의 아버지, 그의 상처를 이해했던 유일한 친구 구스의 죽음에 매버릭은 충격에 빠지고. 파일럿의 꿈도 연인과의 사랑도 모두 포기하려 한다.
"최고 중의 최고가 되려면 실수하고도 계속 해야 해. 훌륭한 조종사는 과거에 일어난 일을 평가하고 거기서 얻은 교훈을 적용하지. 우린 한계를 극복해야 해." 악명높은 탑건 학교 교장 바이퍼 중령의 진심어린 조언이 이 영화가 주는 교훈이자 메시지다. 그는 매버릭의 아버지와 함께 전투기를 탄 전우였다. 매버릭의 실력도, 그가 제멋대로 구는 이유도 너무 잘 알고 있다.
야생마같던 매버릭은 자신감을 잃고 미그기와의 실제 교전 상황에서도 백업 대기조에 머무르지만. 경쟁 상대 아이스맨이 미그기 여섯 대와 1대 6으로 맞붙는 상황에서 궁지에 몰리자 명령을 받고 출동해 그만의 전투기 실력으로 다 압살해버린다. 그리고 아이스맨과 둘도 없는 전우가 되고 찰리와도 사랑이 이어진다는 뻔하고 뻔한 스토리.
하지만 이 영화를 꼭 다시 봐야할 이유는 다름 아닌 OST에 있다. '탑건'은 그 시절 로큰롤 감성을 격하게 건드린다. 지금 봐도 너무나 훌륭한 사실주의 전투기 액션 씬마다 흐르는 Danger Zone은 심장을 가만히 두지 않는다. 톰 크루즈의 멋진 얼굴 공격이 로맨틱한 분위기를 폭발시킬 때마다 깔리는 Take Me Breath Away는 가슴을 설레게 만든다.
'탑건: 매버릭'에서도 OST는 고스란히 그시절 추억을 소환한다. 영화 개봉에 앞서 미리 공개된 레이디 가가의 Hold My Hand는 또 하나의 레전드 곡이 될 전망. 엔딩 장면에 흐르는 노래를 들으면 눈물이 그냥 쏟아진다고 한다. 매버릭을 증오하는 구스의 아들 루스터(마일즈 텔러)와의 만남, 전작에서 매버릭과의 연애담으로만 거론됐던 해군 제독의 딸 페니 벤자민(제니퍼 코넬리)의 주연급 등장까지. 더 늦기 전에 '탑건'을 필람해야 할 이유가 차고 넘친다.
◆시식평 : 36년이 지나도 흔들림없는 잘 만든 영화의 정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