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이 열혈 야구팬들을 신규 고객으로 사로잡기 위해 놀이 요소를 가미한 이색 금융 서비스를 내놨다. 응원하는 팀의 승패에 따라 내 계좌 잔액도 웃고우는 방식이라 온라인 야구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입소문이 나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지난달 13일 ‘한화이글스와 함께 모으기’라는 자동이체 기능의 부가서비스를 출시했다. 이름처럼 한화이글스가 한주간 이기거나 진 날수만큼 추가 납입금을 간편하게 적립할 수 있는 서비스다. 연결 가능한 상품은 디데이적금, 놀이터적금 등 5종이다.
운영 방식은 간단하다. 이길 때마다 1만 원씩 더 모으기로 결심한 ‘수리(한화이글스의 마스코트)’ 사례를 보자. 지난주(5월 30일~6월 5일) 치러진 다섯 경기에서 한화이글스가 2승 3패를 기록했으니 이날 총 2만 원이 주거래계좌에서 적금계좌로 이동했다.
이런 자동이체 연결을 7월 8일까지 유지한 고객은 사인 유니폼과 사인 볼 등의 경품 당첨을 기대해 볼 수 있다. 특히 신규 고객은 최고이율이 연 3.55%인 디데이적금의 한화이글스 테마를 선택하면 특별우대금리 1%포인트가 추가돼 연 4.55%를 적용받을 수도 있다.
흥미로운 대목은 승리뿐만 아니라 패배와도 연동된다는 점이다. 한 야구팬은 “'이긴다'에 베팅하면 기쁨이 두 배가 되고 ‘진다’에 걸면 아쉬움을 저축으로 달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화이글스는 현재 리그 9위에 랭크돼 있다. 최근 기업은행의 장외응원을 의식한 듯 타선이 살아나 상승세를 타더니 꼴찌 탈출에 성공했다.
기업은행이 한화이글스와 손을 잡은 이유는 뭘까. 경기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선수들이 최선을 다한다면 응원가 ‘나는 행복합니다’를 열창하는 ‘찐팬’들의 사랑 때문으로 보인다. 주채무계열인 한화의 주채권은행은 기업은행이 아닌 우리은행이다. 대전 이글스 파크를 홈그라운드로 쓰는 한화이글스와 서울 을지로에 본점을 둔 기업은행은 지연(地緣)으로 엮인 것도 아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쉽고 재미있는 펀테크(Fun+재테크) 상품을 가입하는 고객심리를 이용한 마케팅의 일환”이라며 “10개 프로야구단 중 가장 열성적인 팬을 보유한 한화이글스와 서비스 제휴를 맺게 돼 기쁘다”고 설명했다.
기업은행은 이 서비스 출시 직후 야구팬들이 즐겨찾는 MLB파크와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배너광고를 게시한 데 이어 지난달 31일 한화이글스의 팬으로 알려진 유튜버 ‘치과의사 매직박’이 제작한 광고성 콘텐츠도 후원했다. 11분 8분짜리 영상의 조회수는 이날 오후 3시30분 기준 2만2459회다.
한편 한화이글스는 지난 2일을 ‘i-one뱅크(기업은행의 개인고객용 앱 이름)데이’로 지정하고 이 서비스에 가입한 고객 중 100명(1인당 입장권 2매)을 홈경기에 초청해 그동안 보내준 성원에 화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