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리오프닝에 '얼굴 없는 패션'도 날았다

노스페이스·갭 등 발주량 늘어

영원무역·한세실업 1분기 호실적

주문량 늘자 연이은 설비투자 속

美내 대형마트 부진은 복병 될듯





'얼굴 없는 패션'으로 불리는 국내 아웃도어·스포츠 의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기업들이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야외 활동이 늘어나며 전세계 의류 판매량이 증가한 데다, 글로벌 공급 차질 장기화로 수주가 대형 OEM사에 집중된 효과로 풀이된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패션 OEM 기업들은 올 1분기 줄줄이 코로나19 사태 이전을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영원무역 제조 OEM 부문 매출액은 8328억 원으로 전년(4836억 원)대비 7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81억 원에서 1045억 원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영원무역은 노스페이스와 룰루레몬·파타고니아 등 글로벌 스포츠 의류 업체를 고객사로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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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브랜드 갭(GAP)과 월마트·타깃 등 대형마트 자체 브랜드(PB) 의류를 해외에서 생산해 납품하는 한세실업도 지난해 전년 대비 55% 성장한 3756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은 490억 원으로 66% 증가했다. 글로벌 최대 의류 OEM 기업인 세아상역도 1분기 호실적을 거뒀을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의류 수요가 감소하고, 주요 생산 공장이 셧다운 됨에 따라 지난해 OEM 기업들은 부진한 실적을 거뒀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패션 소매업체들의 매출이 늘어나면서 발주량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캐나다 스포츠웨어 기업 룰루레몬의 올 1분기 매출은 16억 1000만달러(약 2조원)로 전년 동기 대비 32%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31% 늘어난 1억 9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야외 활동이 늘어나면서 레깅스와 스포츠 브라 등 기능성 의류가 불티나게 팔린 효과다. 노스페이스의 경우 별도 라인인 '화이트라벨' 등의 인기에 힘입어 올 1분기 국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9% 증가한 1520억 원을 기록했다. 증권 업계는 지난해 4분기 영원무역의 수주량이 전년 동기 대비 60% 가량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세실업 관계자는 "베트남 봉쇄 해제 후 주역 생산 시설의 정상 가동과 미국 물류망 회복으로 올 1분기 납품 실적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발주 물량이 늘어나자 OEM 업체들은 설비 투자도 늘리고 있다. 한세실업은 올 하반기 중미 지역인 니카과라에 6공장을 신설하고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현재 4개 공장을 가동 중인 인도네시아에서는 새 공장 인수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원무역은 방글라데시를 필두로 베트남과 엘살바도르 등에서 생산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지속된 투자로 방글라데시 전체 수출 규모에서 영원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5.9%에서 올해 7%대로 높아질 전망이다.

다만 OEM '큰 손'인 갭과 미국 내 대형마트의 실적 부진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갭의 1분기 매출은 35억 달러(약 4조4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 감소했다. 캐주얼 의류 대신 오피스웨어를 더 선호하는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월마트도 전자제품과 의류 판매량이 줄어드는 등의 여파로 올 1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5% 감소했다. 패션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럭셔리와 초저가로 소비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는 만큼, 대형마트 실적 부진 여파가 OEM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신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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