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25사단 장병들이 10일 경기도 양주 25사단 사령부 일대에서 열린 ‘아미타이거 시범여단 전투단’ 선포식에서 향상된 전투 장비를 착용한 채 소총 드론(맨 앞), 차륜형 장갑차(맨 뒤) 등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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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육군 전력은 현재 변곡점에 서 있다. 병사 수가 인구절벽 현상 탓에 급감해 부대를 정상적으로 편제·운영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우리 보병 1개 분대 규모는 8명으로 줄어 12명에 달하는 북한군 분대 대비 수적으로 열세다. 북한군 보병 분대는 우리 보병이 갖추지 못한 저격소총·대전차로켓 등까지 지급받아 보병 단위 전투 발생 시 우리 장병들의 생존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우리 군이 이 같은 한계를 첨단 기술로 보완할 수 있는 미래형 전투 체계인 일명 ‘아미타이거(Army TIGER)’를 개발해 전력화 단계의 문턱을 밟았다.
육군은 박정환 육군총장 주관으로 10일 경기도 양주에 있는 25사단에서 ‘아미타이거 시범여단 전투단’ 선포식을 개최했다.
1개 여단 규모의 부대 전체가 아미타이거 시범부대로 선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육군은 25사단 시범여단을 시작으로 육군 여단급 부대들의 부대 구조와 전력 체계 등을 단계적으로 혁신하고 2040년까지 모든 전투여단을 아미타이거 부대로 바꾸기로 했다.
아미타이거는 육군이 개발해온 신형 전투 체계 중 가장 상위의 체계다. 신형 개인 전투 장비인 워리어플랫폼으로 무장한 병사가 드론봇(드론형 로봇)과 기동 차량의 도움을 받아 전투하도록 하는 것이다.
해당 체계가 적용되면 각 장병과 지휘부는 초고속 통신망으로 연결돼 실시간으로 동영상과 음성·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인공지능(AI)이 데이터를 분석, 전장 상황 및 적을 식별해 효율적으로 공격하도록 돕는다. 특히 원격조종되거나 자율비행·주행하는 드론봇이 공중과 지상에서 정찰·공격 임무를 수행해 장병의 생존성과 임무 성공률을 높여준다. 작전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장병들은 소형 전술 차량 및 차륜형 장갑차를 타고 빠르고 안전하게 기동할 수 있다.
이번 행사에서는 아미타이거의 성능을 체감할 수 있도록 시연도 이뤄졌다. 정찰·소총·폭탄투하 드론과 소형 정찰 로봇, 다목적 무인 차량 등 16종 전력 50여 대가 투입됐다. 이를 활용한 아미타이거 여단 선두 중대가 유·무인 복합 전투 수행으로 적 공격을 방어한 후 공세로 전환해 적을 격멸했다. 정찰 드론과 연계된 AI 체계가 적 부대를 식별·분석하고 공격 드론 등 무인 전투 체계가 적 진지를 돌파하면 워리어플랫폼으로 무장한 전투원들이 차륜형 장갑차로 기동해 적을 격멸하는 순으로 진행됐다.
육군은 올해 9월 중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KTCT)에서 이번 시범여단을 대상으로 아미타이거 여단급 전투 실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 같은 절차를 거쳐 아미타이거 장비들은 2025년부터 단계적으로 전력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 총장은 “2025년에는 육군이 워리어플랫폼을 착용하고 AI 드론봇 전우와 함께 전투 현장에서 반드시 승리하는 첨단 육군으로 변모할 것”이라며 “최첨단 전력과 연계해 부대 구조와 작전 수행 개념도 발전시켜 다영역 동시 통합 작전으로 미래전에서 승리하는 육군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행사에는 미국·영국 등 15개국 주한 무관단과 육군 주요 직위자, 국회, 국방부·합참·방사청·국방과학연구소·방산업체·해군·공군·해병대 전력 관계관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는 ‘신규 무기 체계 명명식’도 이뤄졌다. 소형 전술 차량은 ‘현마’, 105㎜ 자주곡사포는 ‘풍익’, 30㎜ 차륜형 대공포는 ‘천호’로 명명됐다. 또한 차륜형 장갑차는 ‘백호’, 대포병 탐지 레이더는 ‘천경-II’, 120㎜ 자주박격포는 ‘비격’, 장애물 개척 전차는 ‘코뿔소’ 등으로 이름 지어졌다. 이 중 풍익이라는 명칭은 한국전쟁 당시 105㎜ 곡사포 직접사격으로 적을 저지한 고(故) 김풍익 중령의 정신을 계승하자는 차원에서 선정됐다. 천경은 적의 포탄과 미사일·로켓 등을 탐지하는 하늘의 거울이라는 뜻에서 명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