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변호사 사무실 방화 사건의 용의자 천모(53)씨가 범행 전날과 당일 소송에서 연이어 패한 것으로 파악됐다. 본인에게 불리한 재판 결과가 잇따르자 천씨가 이에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11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대구고법 민사2부(곽병수 부장판사)는 9일 오전 천씨가 제기한 추심금 청구 소송의 항소심에서 천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천씨는 한 투자신탁사를 상대로 5억9000여만원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는데 이 투자신탁사는 천씨가 2014년 투자한 수성구 주상복합아파트 신축사업의 수탁자 겸 공동시행자다. 천씨가 앞서 다른 재판에서 같은 아파트 신축사업 시행사를 대상으로 일부 승소 판결을 얻었지만 승소한 금액을 받지 못하자 신탁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천씨는 당일 재판에서 "신탁계약에 따라 채권 추심권자인 자신도 돈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지만 피고 측은 "계약에 따라 신탁사무를 수행한 것에 불과하고 시행사의 채무를 부담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천씨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해당 회사가 천씨에게 채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천씨 항소를 기각했다. 해당 재판에서 피고측 법률 대리를 맡았던 변호사 사무실 또한 불이 난 건물에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보다 앞서 대구지법 형사6단독 김재호 판사는 지난 8일 온라인상에 허위의 글을 게시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된 천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천씨는 지난 2017년 대구·경북지역의 부동산 정보 공유 대화방에 자신이 투자한 사업의 시행사 대표이사 A씨를 비방하는 내용의 글을 올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 판사는 "피고인이 비방을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허위 사실을 적시함으로써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고 업무를 방해한 것이 인정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