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 증가와 비대면 환경의 증가로 식당과 카페에서 키오스크 사용이 크게 늘고 있는 가운데 키오스크 업체와 자영업자 간의 분쟁도 덩달아 크게 늘고 있다. 키오스크 설치 과정에서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수천만 원의 비용이 들어가지만 정작 제대로 된 서비스와 사후 관리를 받지 못해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12일 서울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키오스크를 구매하고도 수개월이 지나도록 설치를 받지 못하거나 설치한 기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영업에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들의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1000만 원이 넘는 돈을 주고 키오스크를 구매했다는 칼국수집 사장 A씨는 “계약 당시에는 두 달 안에 쓸 수 있다고 하더니 6개월이 지나서야 설치 연락을 받았고 그마저도 설치 기사가 기술적인 문제로 다시 기약 없이 기다려야 된다고 통보했다”며 “내 돈 내고 샀는데 제품 구경조차 못해 황당하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B씨도 “지난해 9월 계약하고 다음 달 식당 테이블에 키오스크를 설치했지만 이후 계속 먹통인 상태로 방치됐다”면서 “앞으로 애프터서비스(AS)나 사후처리도 계속 늦어질 것 같아 계약을 취소하려고 했는데 환불을 해줄 수 없다는 답변만 받았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피해가 잇따르는 것은 키오스크가 유행처럼 늘어나 제대로 된 기술력과 관리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업체까지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요식업과 생활편의시설 등 민간 분야 키오스크는 2019년 8587대에서 지난해 2만 6574대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국내 키오스크 판매량도 지난해 대비 50% 이상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큰돈을 들여 계약했지만 사후 관리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횟집 사장 C씨는 “올 4월 장비를 설치하려 했는데 기존의 포스기와 호환이 안 되는 등 문제가 생겨 포스기까지 새로 바꿨다”면서 “그마저도 정상적인 작동이 안 돼 계약을 해지하려고 했는데 장비 리스 가격의 50%를 위약금으로 내야 한다고 통보 받았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키오스크 설치와 관련한 명확한 분쟁 해결 기준이 없어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술집을 운영하는 D씨는 “키오스크를 사용하다가 갑자기 터치가 작동이 안 되는 오류가 생겨 AS를 요청했지만 본사에서는 무상 AS기간 1년이 지나 수리비와 운송비를 직접 부담해야 한다고 통보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자영업자들이 많이 찾는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특정 업체에 대한 피해 사례가 계속되자 집단 소송에 나서자는 글이 게시됐다. 하지만 키오스크 판매가 주로 방문 판매로 이뤄지는 탓에 방문판매업 위반인지, 정보통신법망법 위반인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키오스크 설치의 경우 기업 간(B2B) 거래라 분쟁 해결 기준이 구체적으로 마련돼 있지 않아 보인다”며 “사용이 급격하게 늘고 있는 만큼 환불이나 수리와 관련해서도 명확한 분쟁 해결 기준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