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자율을 줘 마음껏 인재를 키울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마치 금융기관 대하듯 대학을 규제합니다. 국가 안보를 위해 국방에 투자하듯 지식사회를 주도하는 인재 양성을 위해 고등교육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규제를 풀어야 합니다.” (염재호 태재대학설립추진위원장·전 고려대 총장)
“반도체·2차전지·디스플레이 등 첨단산업 분야에 인력이 많이 필요한데 대학 정원이 묶여 있어 기업들이 인력을 충원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우선 시급한 분야의 정원을 늘려주되 대학이 물리·화학 등 기초과학과 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분야의 융합 인재를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권오경 한국공학한림원 회장·한양대 석좌교수)
전·현직 대학 총장과 교수 등 교육 전문가들은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 양성을 위해 가장 시급한 첨단 기술 학과 정원 증원 등에서 대학의 자율성을 높여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 대학이 안정적으로 양질의 인재를 길러낼 수 있도록 정부의 재정 지원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12일 서울경제가 전·현직 대학 총장과 교수, 교원 단체, 교육 업체 등 교육 전문가 40명을 대상으로 ‘교육 개혁에서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사안’을 설문 조사한 결과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 투자 확대’가 27.5%로 가장 많았다. 대학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안으로는 ‘대학 자율성 확대(35.0%)’를 가장 많이 꼽았다.
현재 대학들은 수도권정비계획법 등 관련 법과 교육부의 규제로 학과 증원, 등록금 인상 등을 자율적으로 할 수 없다. 지방대는 물론 수도권의 유명 사립대까지 재정난을 겪다 보니 첨단 장비 부족 등으로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양질의 인재를 길러내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김도연 울산대 이사장(전 포스텍 총장)은 “고등교육에 대한 투자를 늘리되 학과 통폐합·정원 조정을 선도적으로 하는 대학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지원해야 한다”면서 “대학에 자율을 주면 첨단산업 인재 양성을 위한 공간을 스스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 정원 확대와 구조 조정 과정에서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진택 사립대학총장협의회 회장(고려대 총장)은 “당장 정원을 늘리는 것 못지않게 10년 뒤 어떤 산업 분야의 인재가 필요할지도 내다봐야 한다”며 “특히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 양성을 위해 정부가 지방대 등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