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인플레·수축경제 ‘더블 스톰’…정책수단 총동원할 때다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8.6% 올라 41년 만에 최고 기록을 썼다. 예상치 8.3%를 넘자 ‘인플레이션 정점론’은 단숨에 사라졌다. 대신 15일에 열리는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이를 반영해 미국 나스닥지수가 3.52% 급락했다. 우리의 각종 경제지표도 최악이다. 미국 휘발유 값이 갤런(3.78ℓ)당 5달러를 넘어선 가운데 한국의 유가도 연일 최고치를 찍고 있다. 한국도 공격적인 금리 추가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문제는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가 동시에 진행된다는 점이다. 미국의 6월 미시간대 소비자태도지수가 50.2로 1978년 집계 이래 최저로 곤두박질치는 등 “경기 침체 시작”이라는 진단이 잇따르고 있다. 우리도 올 성장률 전망치가 2% 중반으로 떨어진 데 이어 자산 시장 지표도 심상치 않다. 서울 아파트 값은 2주 연속 하락세이고 1억 원 넘게 떨어진 거래 물량이 늘고 있다. 경착륙을 우려할 단계는 아니지만 금리 인상으로 빚이 많은 하우스푸어의 대량 부실이 발생할 수 있다. 증시에서는 주가 하락으로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증거금 부족 사태(마진콜)가 현실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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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이 자산 가격 폭락으로 인한 디플레이션으로 바뀌는 것은 순식간이다. 철저한 사전 대비가 없으면 실물·금융 동반 타격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상의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정부는 이달 내놓을 경제정책 방향에 금융·세제·재정·규제 등 사용 가능한 정책 수단을 모조리 꺼내야 한다. 정밀한 폴리시믹스(정책 조합) 없이 양두구육식 대책을 내놓으면 시장을 벼랑으로 몰고 갈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포장만 그럴 듯한 비전이 아니라 ‘빠른 실행’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리더십과 의지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여야 정치권도 국내외 경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민생을 최우선에 두고 머리를 맞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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