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행진하던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지지율이 56.9%로 꺾였다. 내각이 가파른 물가 상승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최근 ‘가계가 물가 상승을 잘 감당하고 있다’는 취지로 발언한 데 대해서는 약 77%의 일본인이 부적절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교도통신은 11일부터 사흘간 일본 성인 1051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기시다 내각의 물가 대응에 부정 평가를 내린 일본인이 64.1%로 집계됐다고 13일 보도했다. 물가 대응이 만족스럽다는 응답은 28.1%에 그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일본의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5%로 38개국 평균(9.2%) 보다는 낮다. 하지만 응답자 중 77.3%는 식료품, 기타 생필품 가격 인상이 그들의 삶에 다양한 수준의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이는 4월 조사보다 8.6% 포인트나 오른 수치다. 또 응답자 가운데 71.1%가 다음 달로 예정된 참의원 선거에서 높은 생활비를 고려하겠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 탓에 기시다 총리의 지지율은 56.9%에 그쳤다. 기시다 총리의 지지율은 지난달 조사에서 61.5%에 달해 지난해 10월 취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률은 5.1% 포인트 상승한 26.9%였다.
무엇보다도 이번 조사에서는 구로다 총재를 향한 따가운 시선이 드러났다. 구로다 총재는 최근 한 강연에서 "일본 가계의 물가 인상 허용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적절치 않은 표현으로 오해를 불러 죄송하다"고 사과한 바 있다. 해당 발언이 부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응답은 77.3%에 달했으며, 그가 중앙은행 총재로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비율도 58.5%인 것으로 나타났다.
구로다 총재는 2013년 취임한 후 줄곧 대규모 금융 완화 정책을 펴고 있다. 세계 각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는 가운데 일본이 -0.10%의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한 결과, 이날 엔화는 장중 달러당 135엔대에 거래되며 1998년 이후 약 24년 만에 최고치(엔화 가치 하락)을 기록했다. 하지만 일본 통화당국은 지금의 기조를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구로다 총재의 임기는 2023년 4월에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