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이 예상을 뛰어 넘는 호실적을 기록해 주가가 시간외거래에서 12% 상승했다. 거대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인플레이션과 달러 강세 등으로 인한 소비 심리 위축으로 인해 잇달아 실적 둔화에 대한 전망을 내놓는 가운데 한줄기 단비가 됐다는 평가다.
13일(현지 시간) 오라클은 지난 1분기(회계연도 4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5% 증가한 118억 달러(약 15조2000억원)를 기록해 시장 전망치인 117억 달러를 웃돌았다. 주당 순이익은 1.54달러(약 1980원)로, 시장 전망치(1.38달러)를 가볍게 뛰어넘었다. 사프라 캐츠 오라클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을 통해 “오라클이 8분기 연속 전년 동기 대비 매출 증가세를 기록했다”며 “클라우드 인프라 비즈니스의 높은 성장률이 새로 인수한 의료 정보 솔루션 업체 서너와 시너지를 일으키면서 앞으로 몇 분기에 걸쳐 상당한 매출 성장을 달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라클의 매출 상승을 견인한 분야는 클라우드로, 클라우드 매출이 29억 달러(약 3조7500억원)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9% 늘었다. 캐츠 오라클 CEO는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콜을 통해 “이번 분기 인프라스트럭처 클라우드 비즈니스에서 36%의 수요 증가를 경험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클라우드 부문 매출은 이번 분기에는 25%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의료정보 솔루션 업체 서너 인수로 포함되는 매출을 포함하면 2023 회계연도에는 매출이 47%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라클 전체 매출에서 클라우드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24% 수준이다. 하지만 오라클은 서너의 인수를 통해 클라우드 채택이 더딘 헬스케어 분야의 문을 두드린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 클라우드 부문 매출 비중을 크게 높인다는 전략이다. 업계 강자인 AWS는 올 3월 미국 매사추세츠 보스턴 소재 대형 병원 터프츠(Tufts) 메디컬 센터 등을 운영하는 터프츠 재단의 400만건이 넘는 환자들의 전자의무기록(EMR)을 클라우드로 옮기는 일을 맡았다. 미국 내 병원이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전면 전환한 첫 사례다. 오라클 역시 서너를 통해 터프츠 재단 같은 클라우드 전면 전환 사례를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마크 머피 JP모건 애널리스트는 “인플레이션과 통화 변동성으로 인해 기업들이 비용 절감에 나서면서 오히려 클라우드 전환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달러 강세로 인해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빅테크들이 성장 둔화를 전망하고 있다. 총 매출 중 해외 비중이 절반을 차지하는 마이크로소프트(MS)는 이달 2일 매출과 주당순이익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며 달러 강세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기업용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 세일즈포스도 강달러를 이유로 실적 눈높이를 낮췄다. 해외 매출 비중이 절반 가량 되는 오라클도 달러 강세로 인해 지난 분기 매출에 5% 정도 타격을 입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