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외교·안보 최고위급인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양제츠 중국 공산당 정치국 위원이 13일(현지 시간) 제 3국인 룩셈부르크에서 대면 회담을 가졌다. 지난 3월 이탈리아 로마에서 만난 지 석 달 만의 회동이다.
4시간 30분에 걸쳐 진행된 이날 회담에서 양측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대만 문제를 의제에 올렸다. 한 미국 고위 당국자에 따르면 설리번 보좌관은 “대만에 대한 중국의 강압적이고 공격적인 행동에 우려를 표시”했으며, 양 위원은 “대만 문제는 미중 관계의 ‘기초’와 관련된 것으로 잘못 처리하면 파괴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맞받았다. 양 위원은 그러면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누차 약속한 ‘4불(不)-1무(無)’ 원칙을 먼저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4불-1무’는 미국이 반중 동맹을 강화해 신냉전을 촉발하지 않으며, 중국의 체제 변화를 추구하지 않고,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 동시에 ‘중국과 충돌할 의사가 없다’는 뜻을 지키는 것이다.
설리번 보좌관은 또 중국이 지난달 26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한 제재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을 두고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중국이 비호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도 재차 전달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그 동안 두 사람의 회동이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의 대화에 앞서 이뤄진 점을 근거로 미중 정상 간 회담의 전초전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미중 정상은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총 4차례에 걸쳐 전화와 화상으로 대화를 나눴지만 대면 회담은 아직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