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주재로 핵심 규제 혁신 사안을 결정하는 ‘규제혁신전략회의’가 신설된다. 또 기업 활동에 큰 영향을 미치는 덩어리 규제를 개선하기 위해 ‘규제혁신추진단’이 신규 운영되고 산업 현장에서 전향적으로 규제를 살펴본 뒤 판단하는 ‘규제심판제’도 도입된다.
정부는 이 같은 ‘규제 혁신 3종 세트’를 통한 경제 체질 개선에 국가 역량을 총결집해 국가 재도약의 계기를 마련하기로 했다. 하지만 신산업 규제 개혁의 선결 요건이라 할 수 있는 전통산업과의 갈등 해결 방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아 실행 단계에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14일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에서 이 같은 내용의 ‘새 정부 규제 혁신 추진 방향’을 발표했다.
지난달 24일 규제혁신장관회의, 전날 윤석열 대통령과의 첫 주례 회동에서 논의한 내용을 제도화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전날 주례 회동에서 “규제 개혁이 곧 국가 성장”이라며 규제 개혁에 강한 드라이브를 주문했는데 한 총리 역시 규제 개혁의 시급함을 강조했다.
한 총리는 “2030~2033년이 되면 우리나라가 0%대의 잠재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며 “(이를 타개하기 위해) 사회제도가 생산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규제 혁신을 통해 민간이 제대로 작동하고 정부가 기업을 지원하는 업무 분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이에 따라 ‘규제 혁신 3종 세트’를 신규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정부 규제 혁신의 최고 결정 기구인 규제혁신전략회의가 신설된다. 대통령이 직접 중요 사안에 대해 회의를 주재하며 핵심 과제를 신속하게 결정·추진하도록 할 계획이다. 규제혁신전략회의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했던 110개 국정과제 중 하나다.
덩어리 규제를 개혁하기 위해 규제혁신추진단도 운영한다. 공무원, 연구기관, 경제 단체가 참여해 단일 부처가 추진하기 어려운 덩어리 규제를 심도 있게 검토하고 효과적인 개선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 규제를 받는 기업·국민과 산업 현장의 시각에서 규제를 개선하는 규제심판관제도 도입한다. 민간 전문가가 심판관으로 참여해 중립적·균형적 관점에서 규제 개선 권고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다만 이 같은 ‘3종 세트’가 실제 신산업 등에서 효과를 발휘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2019년 ‘택시-타다’ 갈등에서 보듯 상당수 규제는 전통산업의 보호 장치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규제를 풀 경우 전통산업 종사자의 거센 반발과 피해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산업 간 갈등을 해소하는 장치를 마련하지 않은 채 규제 개혁만 외칠 경우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총리는 이외에 규제 샌드박스 등 기존 제도는 지속적으로 운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 총리는 “기존 제도를 없애지 않고 새 제도를 추가해 규제 개혁 매스를 늘리는 것”이라며 “정부의 전 부처가 규제 개혁 과제를 발굴하고 처리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