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손자인 구본천(사진) 부회장이 이끄는 LB그룹이 증시 부진에도 계열사 상장을 추진하며 외형 확대를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해 디스플레이구동반도체(DDI) 패키징 전문 계열사인 LB루셈을 상장시킨 지주사 LB는 그룹의 ‘뿌리’로 꼽히는 벤처캐피털(VC) 업체 LB인베스트먼트의 기업공개(IPO)에 시동을 걸었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LB인베스트먼트는 최근 한국거래소에 코스닥 상장을 위한 예비 심사를 신청했다. 통상 거래소 예심 신청 후 상장 완료까지 4개월가량 걸려 LB인베스트먼트는 연내 상장할 가능성이 높다.
LB인베스트먼트는 1996년 설립된 LG창업투자의 후신으로 LG전자(066570)·LG상사 등이 출자해 설립됐다. 이후 고(故) 구인회 창업주의 4남인 구자두 회장 일가가 1999년 LG전자·LG상사의 지분을 사들였고 2000년 LG에서 계열 분리돼 LB그룹이 출범했다. LB그룹은 주축인 LB인베스트먼트 등을 통해 다양한 인수합병(M&A)을 추진해 LB자산운용과 LB프라이빗에쿼티, 반도체 후공정 기업(LB세미콘·LB루셈), 콜센터(엘비휴넷) 업체 등 10개 사를 거느리고 있다. 고령인 구 회장은 사실상 경영에서 손을 떼 장남인 구본천 부회장이 그룹을 이끌고 있다.
최근 증시 침체에도 LB인베스트먼트가 IPO를 추진하는 배경에는 자체 사업 확대뿐 아니라 지주사인 LB의 자금원을 다양화해 반도체 계열사 등에 성장 자금을 투입하려는 포석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LB인베스트먼트는 운용 자산 증대와 수익성 향상을 위해 대규모 공모 자금 확보가 필요하다. 회사 측은 상장 이후 공모 자금을 ‘운용사 의무 출자(GP 커밋)’ 확대 재원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GP 커밋은 VC가 벤처펀드를 결성할 때 자체 보유 자금을 출자하는 것을 말한다. 그간 LB인베스트먼트는 경쟁사인 한국투자파트너스나 다올인베스트먼트 등에 비해 펀드에 직접 출자하는 자금이 적어 투자 기업들을 잘 선정하고 펀드 수익률은 높아도 실제 챙기는 이익은 적은 편이었다.
LB인베스트먼트가 증시에 안착하면 LB그룹의 시가총액은 8000억 원대로 증가해 1조 원을 넘보게 된다. LB인베스트먼트의 경쟁 VC들 중 상장사의 주가순이익비율(PER)은 6~8배 수준이라 상장 후 몸값은 1500억~2000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LB그룹은 LB인베스트먼트의 상장 과정에서 구주 매출도 검토하고 있어 확보한 자금으로 반도체 계열사들의 사업 확장도 지원할 수 있다. 상장사인 LB세미콘과 LB루셈은 모두 반도체 후공정 업체로 시가총액은 각각 약 4300억 원, 2100억 원이다. 지난해 6월 코스닥에 입성한 엘비루셈(376190)도 전력반도체 웨이퍼 가공 등 신사업 진출을 겨냥해 IPO를 추진했다.
투자 업계는 LB그룹 반도체 계열사들의 실적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증권사들이 제시한 LB세미콘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 평균은 661억 원으로 지난해(442억 원) 대비 49.5%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엘비세미콘(061970)이 1535억 원 규모의 설비 투자를 최근 완료해 외형 성장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