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의 전유물인 줄만 알았던 초능력자들의 액션이 한국에서도 시리즈 영화로 마련될 기미가 보인다. 나아가 각 캐릭터들의 솔로 무비까지 나온다면, 그야말로 한국의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될 가능성도 있다. 다양한 서사를 가진 캐릭터가 투입되고, 확장된 공간에서 화려한 액션을 선보이는 영화 '마녀2'다.
'마녀 파트2. 디 아더 원'(감독 박훈정/이하 '마녀2')은 2018년 개봉된 영화 '마녀'의 후속작이다. 1편에서 구자윤(김다미)이 사라진 뒤, 정체불명의 집단의 무차별 습격으로 마녀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 비밀 연구소 아크가 초토화되고, 홀로 살아남은 소녀(신시아) 생애 처음 세상 밖으로 나오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소녀는 우연히 만난 경희(박은빈)의 도움으로 농장에서 지내며 따뜻한 일상에 적응한다. 소녀가 망실되자 행방을 쫓는 책임자 장(이종석)과 마녀 프로젝트 창시자 백총괄(조민수)의 지령을 받고 제거에 나선 본사 요원 조현(서은수), 경희의 농장 소유권을 노리는 조직의 보스 용두(진구)와 상해에서 온 토우 4인방까지 각기 다른 목적을 지닌 세력이 모이기 시작하며 소녀의 숨겨진 본성이 깨어난다.
'마녀2'의 가장 큰 특징은 확장성이다. 2편의 타이틀을 달고 나온 만큼, 본격적으로 시리즈물의 특징을 갖추기 시작했다. 시리즈물의 특징은 전편보다 커진 스케일과 세계관, 그리고 서사를 가진 캐릭터들이 대거 투입되는 점이다. '마녀2' 역시 해당 특징들을 고루 갖췄다. 거대한 스케일을 한 번에 담기 위해 공간을 확장했다. 전편이 주로 연구소라는 한정된 공간이 주 무대로 활용됐다면, '마녀2'는 거대한 대지와 탁 트인 농장을 배경으로 한다. 이는 수많은 캐릭터들을 한 화면에 담을 수 있기에 용이하고, 다양한 액션 시퀀스를 가능케 한다. 작품에는 지붕에서 일어나는 공중 액션, 농장 주변 구조물을 이용한 액션, 숲에서 일어나는 액션 등이 등장해 관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늘어난 캐릭터만큼, 서사도 확장됐다. 전편의 조민수와 김다미를 제외하고 '마녀2'에 나오는 캐릭터는 모두 새롭게 추가됐다. 10년 전 직속상관과 부하의 관계였던 장과 조현의 전사, 속내를 감추고 있는 백총괄과 마녀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 갑작스럽게 등장한 토우 4인방이 한국에 온 사연, 용두와 경희 대길(성유빈) 남매의 숨겨진 이야기 등 다채로운 서사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맺으면서 서로에게 가지를 뻗쳐 무한한 세계관을 예고한다.
이렇게 차곡차곡 쌓인 서사는 다음 편으로 나아갈 발판이 된다. 초능력을 지닌 캐릭터가 등장하는 장르의 시리즈물은 한국에서 보기 드물다. 할리우드의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연상케 한다. MCU는 다양한 초능력을 지닌 캐릭터를 기반으로 '어벤져스' 시리즈를 완성했으며, 각 히어로들의 솔로 무비도 순조롭게 성공시켰다. "'마녀2'가 성공한다면, 조현의 솔로 무비가 나왔으면 한다"는 서은수의 바람이 허황되지만은 않았다.
이를 위해서라면 '마녀3'의 빠른 개봉이 필요하다. '마녀2' 전반에 다음 편을 예고하는 떡밥이 깔리고, 무엇보다 결말 부분도 다음 편을 예고하는 모양새다. 관객 입장에서 시원하게 끝맺음 되지 못한 이야기가 다소 아쉬울 수 있고, 한편으로 다음을 기다리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다. 이를 모두 해소하고, 거대한 세계관을 확실히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다음 편이 빠르게 관객과 만나야 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마녀로 등장한 소녀는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는 전편의 마녀, 구자윤과 닮은 듯하면서도 독창적인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일반 가정에서 자라 사회화된 구자윤과 달리 아크 안에서만 실험체로 키워진 소녀라는 설정이 바탕에 깔려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소녀를 연기한 신시아는 1408:1의 경쟁률을 뚫고 발탁된 신예로 처음 세상에 얼굴을 알리게 됐다. 어떻게 보면 이제 막 세상에 나온 소녀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