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건설업계

한장 한장 쌓아올린 10만800개 빨간벽돌…회색도시 밝힌 붉은유혹

■논현동 오뚜기 레스토랑 '롤리폴리꼬또'

건물 벽·계단에 붉은벽돌 촘촘하게

해링본·사선쌓기 등 조적방식 매력

정면에는 반짝이는 샛노란 '동굴 문'

내부 들어서면 향신료 냄새 식욕자극

"오뚜기라는 브랜드 숨겨 호기심 유발

장사보다 브랜드 마케팅 공간 초점"

서울 강남구 논현동 롤리폴리꼬또의 출입구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노란 빛의 출입구 옆에 2층 정원으로 바로 통하는 계단이 보인다. 사진 제공=박우진서울 강남구 논현동 롤리폴리꼬또의 출입구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노란 빛의 출입구 옆에 2층 정원으로 바로 통하는 계단이 보인다. 사진 제공=박우진




서울 강남구 논현동 롤리폴리꼬또 전경. 붉은 벽돌로 외관을 마감한 이 건물의 오른편에는 함하우스, 왼편에는 오뚜기 계열사 사옥이 있다. 사진 제공=박우진서울 강남구 논현동 롤리폴리꼬또 전경. 붉은 벽돌로 외관을 마감한 이 건물의 오른편에는 함하우스, 왼편에는 오뚜기 계열사 사옥이 있다. 사진 제공=박우진


서울 강남 선정릉역 근처 조용한 주택가를 걷다 붉은 벽돌의 다양한 변주가 눈길을 끄는 건물과 마주했다. 한쪽 벽과 계단에 사용된 벽돌들은 가로 방향으로 각을 매끄럽게 맞추고 있었다. 따뜻한 느낌을 주는 붉은 벽돌은 돌출된 기둥을 빙 둘러 쌓았고 기둥과 또 다른 벽이 만나는 지점에는 내부로 이어지는 샛노란 문이 서 있다. 이 문을 품고 있는 벽돌은 옆의 벽돌과는 달리 손으로 한 장 한 장 쪼개어 갈아낸 울퉁불퉁한 단면을 지녔다. 거칠거칠한 벽돌 벽은 군데군데 비어 있고 그 속에는 스테인리스 판이 있어 햇빛과 닿으면 빛이 반짝였다. ‘동굴(cave)’이라고 표기된 샛노란 문으로 입장하자 식욕을 자극하는 향신료 냄새가 물씬 풍겼다. 그저 문 하나를 열고 들어왔을 뿐인데 밖에서는 상상하지 못했던 레스토랑이 방문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롤리폴리꼬또, 붉은 벽돌로 지어진 이곳의 이름이다.






출입구 주변에 전시된 오뚜기 브랜드 굿즈가 없다면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회사가 어디인지 알기 어려울 정도로 오뚜기라는 존재는 은밀히 숨겨져 있었다. 윙크하는 소년을 담은 브랜드 로고의 바탕색인 노란색만 문고리나 소파·트레이 등에서 겨우 찾아볼 수 있을 뿐이었다. “일부러 이 공간에서는 브랜드 오뚜기를 직접 설명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타깃으로 삼은 젊은 층의 호기심을 자극하려면 그들의 눈에 ‘오뚜기’가 보이지 않는 편이 효과적일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죠.” 인스타그램에서 핫플(핫플레이스·인기 높은 장소)로 손꼽히는 롤리폴리꼬또를 기획부터 시공까지 모두 맡은 전범진 스튜디오베이스 소장의 설명이다.



롤리폴리꼬또는 흔한 붉은 벽돌로 안팎을 채웠지만 헤링본 쌓기, 사선 쌓기 등 다양한 조적 방식으로 독특한 매력을 마음껏 발산했다. 친숙한 카레와 라면을 주 메뉴로 내세운 롤리폴리꼬또가 신선한 식자재로 다양한 음식을 선보인다는 점도 비슷한 접근이다. 전 소장은 “식품 회사라는 한길을 걸어온 오뚜기의 역사를 건축 역사상 가장 오래된 소재인 벽돌로 표현하고 싶었다”며 “여기에 투입한 벽돌은 10만 800여 장으로 사람이 직접 한 장씩 쌓아올려야 하는 건축자재라는 점처럼 직원 모두를 소중하게 여긴다는 건축주의 철학도 담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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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리폴리꼬또는 전 소장의 머릿속에서 탄생한 공간이지만 함영준 오뚜기 회장의 의지와 관심이 없었다면 구현되기 어려운 플래그십 스토어이기도 하다. 전 소장은 인터뷰 내내 롤리폴리꼬또의 시작과 끝에 함 회장이 있다는 점을 거듭 밝혔다. 전 소장은 “함 회장님을 처음 만났을 때 대형 식품 회사가 소매에 뛰어들어 골목상권을 위협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고 말씀드렸다”며 “그렇기에 음식 장사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닌 미래의 소비자를 맞이하는 ‘브랜드 마케팅’의 장(場)으로 만들자는 의견을 냈다”고 회상했다.

건물은 고(故) 함태호 오뚜기 명예회장(창업주)의 자택이었던 함하우스와 오뚜기의 정보기술(IT) 자회사인 RDS 사옥 사이에 숨겨져 있던 정원을 하나로 합쳐 새롭게 태어났다. 함하우스와 RDS 사옥의 유기적 결합은 2층의 숨겨진 정원에서 빛을 발한다. 반 층 걸어 내려가는 1층에서 계단 몇 개만 걸어 올라오면 탁 트인 도심 속 정원이 펼쳐진다. 2층에는 ‘큐브(cube)’로 이름 붙여진 굿즈 판매 공간과 벽돌로 쌓아올린 계단 형태의 ‘슬로프(slope)’가 있다. 방문객은 형광색 세라믹 오브제가 놓인 슬로프에 걸터앉아 정원 전체를 조망할 수도 있다. 큐브와 슬로프 사이에는 펀칭 메탈 자재로 마감한 지붕으로 이뤄진 ‘쉐이드(shade)’가 모던한 메탈 의자와 함께 방문객을 맞이한다. 이 공간들은 모두 2층의 핵심인 ‘가든(garden)’을 중심으로 우측에 배치돼 있다.

서울 강남구 롤리폴리꼬또 2층 정원 전경. 계단식으로 만들어진 슬로프에는 이헌정 작가의 작품이 놓여 있다. 4800여 개의 노란색 스팽글이 달려 있는 공간이 살라. 사진 제공=박우진서울 강남구 롤리폴리꼬또 2층 정원 전경. 계단식으로 만들어진 슬로프에는 이헌정 작가의 작품이 놓여 있다. 4800여 개의 노란색 스팽글이 달려 있는 공간이 살라. 사진 제공=박우진


가든 좌측에는 파스타와 샐러드 등 브런치 메뉴를 판매하는 ‘홀(hall)’이 있다. 홀은 붉은 벽돌로 바닥을 마감한 것은 1층과 동일하지만 층고가 높아 개방감이 뛰어나고 정원을 바라볼 수 있는 통창이 있어 햇살이 깊숙하게 들어온다.

롤리폴리꼬또의 가든을 즐길 수 있는 위치는 한 곳 더 있다. 정사각의 벽 전면에 4800여 개의 노란색 스팽글이 달려 있는 ‘살라(sala)’가 바로 그곳이다. 살라는 함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들이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공간으로 외부인은 들어갈 수 없지만 스팽글이 부착된 벽면은 노출돼 있다. 한편 함 회장과 전 소장은 롤리폴리꼬또 바로 옆에 새로 생기는 베이커리 ‘르 밀’ 프로젝트로 다시 뭉쳤다. 프랑스 식사 빵을 주 메뉴로 삼은 르 밀은 우리 밀로 빵의 깊은 맛을 내는 뺑드빱바 이호영 제빵사의 코치를 받아 창립 이래 밀을 줄곧 다뤄온 오뚜기의 노하우를 선보이는 무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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