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더불어 한국은 전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의미있는 파이프라인(신약 후보 불질)을 늘려가는 주목할 만한 바이오 시장입니다."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의 알방 드 라 사블리에르 글로벌 파트너링 총괄은 15일(현지 시간)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2022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바이오 USA)’의 '수퍼 세션' 에서 K바이오 산업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신약 파이프라인은 지난해 1477개로 3년 만에 3배 가까이 급증하며 비약적인 양적 성장을 이뤘지만 질적인 면에서는 다소 의구심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런 만큼 글로벌 빅파마인 사노피에서 외부 기업들과의 협업을 담당하는 수장이 국제 무대인 바이오 USA에서 K바이오의 기술력에 대해 호평한 것은 고무적이라는 게 현지 관계자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3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열린 바이오 USA에 미국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기업이 참가한 K바이오는 마지막 날인 15일까지 글로벌 기업들과 비즈니스 미팅을 열며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전시장 내 마련된 한국관에 참여한 기업을 대상으로 한 공식 파트너링 미팅은 행사 개막 후 3일간 250건에 달했다. 직전에 오프라인으로 열렸던 2019년 바이오 USA의 한국관과 비교하면 25% 늘었다. 박람회 후 하루 더 이어지는 파트너링 데이까지 포함하면 2019년 하루 50건에서 올해 83건으로 66%나 증가했다. 이한승 와이바이오로직스 부사장은 “다국적 제약사 4~5군데를 포함해 20개 정도 미팅 일정이 잡혔다”며 “이전 행사에서서는 전체 미팅의 30% 정도가 상대 기업이 미팅을 제안했었지만, 올해는 70%가 먼저 제안해 왔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상대적으로 중국, 일본, 인도 등 바이오 기업의 참가가 줄어들면서 한국 바이오 기업이 반시이익으로 미팅의 기회가 많이진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벤처 투자 펀드를 운용하는 국내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글로벌 증시 약화로 기업 가치가 하락하고 있지만,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적은 비용으로 투자를 성사 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신약 개발 바이오 기업은 물론 초기에 수익까지 낼 수 있는 헬스케어 의료기기 분야에 소액으로 여러 회사에 투자하는 경향이 보인다"고 분석했다.
국내 바이오 기업의 파이프라인 라이선스 아웃이나 공동 연구 상과와 더불어, 과거 행사와는 달리 글로벌 투자사로부터의 전략적 투자(SI) 수요도 엿보였다. 양세환 네오이뮨텍 대표는 "T세포 증폭 신약 NT-17에 대한 우수한 임상 결과를 보고 기술 이전은 물론 임상을 지원하고 향후 수익을 나누는 성격의 투자 제의가 다수 이어졌다"며 "대면 미팅을 통해 기술 이전, 기업 투자, 병용 임상 제안 등 다양한 종류의 협의가 한꺼번에 이뤄졌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에서는 '기업 공개(IPO) 빙하기'를 맞고 있는 비상장 바이오벤처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관심도 컸다. 미국 보스턴에 기반을 둔 한 바이오 투자사 관계자는 “현재 미국도 IPO와 투자유치가 어려워진 상황이어서 인수합병(M&A)이 상대적으로 활성화 되고 있다”며 "한국 바이오 기업에 대한 나스닥 우회상장에 대한 문의가 대형 투자은행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바이오 USA는 해외 투자처를 찾는 국내 벤처캐피털(VC)에게도 기회였다. 한 국내 바이오 전문 VC 임원은 "미국 VC의 투자 분위기가 위축되면서 한국을 비롯해 다른 국가에서 투자를 유치하려는 기업들이 늘어났다"며 "투자 제안만 100건 이상에 달해 이중 20여건을 선별해 미팅을 진행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