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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뜨고 당하는 '블록딜'…왜 개미만 '피눈물' 흘리나 [코주부]





카카오페이 임원진 ‘먹튀’ 사건이 아직도 생생한데 이번에는 2대 주주까지 튀었(?)습니다. 지난 8일 장 종료 후 알리페이가 보유 중인 카카오페이 지분 일부를 블록딜로 매각했는데요. 생각보다 파장은 컸습니다. 바로 다음 날 카카오페이 주가가 15.57% 폭락하면서 시총 2조 원이 순식간에 허공으로 사라졌죠. 두 사건 모두 주요 주주가 ‘블록딜’로 대규모 지분을 매각한 공통점이 있는데요. 사실 카카오페이 뿐만 아니라 예고되지 않은 블록딜로 시장이 혼란에 빠지는 사태는 종종 일어나고 있습니다. 눈 뜨고도 당한다는 블록딜, 오늘의 <코주부>에서 알아봤습니다.

대주주: 장 끝나고 만나, 도매가로 넘길게


블록딜(block deal)은 주식을 대량으로 보유한 매도자가 사전에 매도 물량을 인수할 매수자를 구해 장 개시 전이나 장이 끝난 후 지분을 넘기는 거래를 말합니다. 규모가 워낙 커서 일반 시장 거래로는 다 못팔 수도 있고, 주가가 폭락할 위험도 있으니 안전하고 확실한 일대일 거래를 하는 거죠. 대주주는 증권사에 의뢰해 매수자를 찾는데 보통 대량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입니다.

특히 매수자가 지분을 대량 매입하기로 미리 약속한 만큼 현재가보다 낮은 가격에 물량을 넘기는데요. 보통 당일 종가에서 5~8% 정도 할인율을 적용해 거래합니다. “많이 사니까 도매가로 싸게 줄게~” 이런 느낌이죠. 그래서 블록딜을 블록세일이라고도 부릅니다.

블록딜 다음날이면 고꾸라지는 주가, 왜?


개미가 블록딜을 알아야 하는 이유는 단 하나, 주가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입니다. 보통 장 마감 후 블록딜을 하면 열에 아홉은 다음날 주가가 크게 흔들리거든요. 왜 그런지 보시죠.

▲유통주식 수 증가로 가치 하락 : 일반적으로 시장에 풀리는 주식이 많을수록 주식의 가치는 하락합니다. 특히 블록딜을 하는 대주주의 지분은 규모가 크다 보니 주식 공급량이 급격하게 늘어 주가 하락이 불가피하죠. 또 경영권 유지를 위해 지분을 묶어 놓는 대주주와 달리 이 물량을 받은 외국인이나 기관투자자들은 시세차익을 챙겨 바로 물량을 다시 시장에 던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주가에 악영향을 끼칩니다.

▲대주주의 매도 자체가 악재 : 블록딜은 그 자체만으로 투자자들의 불안심리를 자극할 수 있습니다. “대주주가 지분을 던질 정도면 지금이 고점 아냐?” 이런 생각이 들죠. 회사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하게 만들고요.

▲할인율 만큼 가치 하락 : 블록딜은 현재가보다 할인율을 적용해 거래된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생각보다 할인율이 크면 시장에 그만큼 주식 가치가 하락했다는 인식을 주기도 합니다. 그리고 통상 할인율이 주가에 적용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주가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카카오페이의 주가 하락이 컸던 이유 중 하나도 할인율을 들 수 있습니다. 통상 5~8% 수준의 할인율을 적용하는데 이번 알리페이 블록딜 때는 무려 11.8%의 할인율을 적용했습니다. 이 정도로 싸게 판 건 투자자들에게 그만큼 주식의 가치가 떨어졌다는 시그널로 해석될 수 있죠.

또 우리(개미)만 울지...“미리 좀 알려줘라”


그럼 블록딜하면 망했다고 봐야 하나요? 그건 아닙니다. 시장에 단기 충격을 주긴 하지만, 블록딜의 규모나 의도에 따라 회복력에 차이를 보이거든요. 몇 가지 사례를 볼게요.



지난 2020년 9월 신풍제약은 자사주 128만여 주를 블록딜 방식으로 매도했습니다. 할인율은 전날 종가 대비 13.7%나 적용됐고, 다음 날 주가는 14.21% 급락했죠. 문제는 이게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코로나 치료제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한창 오른 시기에 신풍제약 오너 일가는 2차례에 걸쳐 대규모 블록딜을 했습니다. 결국 지금은 어떤 상태일까요. 치료제 개발 부진 등의 이슈가 현실화되면서 주가는 바닥에서 올라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다른 사례도 볼게요. 2021년 7월 JYP는 366억 원 규모의 주식을 블록딜로 두나무에 처분했습니다. 다음 날 주가는 4% 정도 하락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요? 3만 원대에서 6만 원대로 껑충. 두나무와의 딜이 NFT 플랫폼 사업 진출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점과 이후 실적 개선으로 주가는 회복을 넘어 상승했습니다.

이렇듯 기업의 사정에 따라 블록딜 이후의 여파는 다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좀 미리 알 수 있으면 좋을텐데요.

아직까지는 개인투자자들은 사전 정보를 알지 못한 채 주가 급락을 지켜볼 수밖에 없습니다. 현행법에는 사전 신고나 공시 의무가 없기 때문이죠. 그렇다 보니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비판도 많이 나와요. 주요 주주가 기업 내부 정보(이때는 악재겠죠)를 미리 알고 손실을 피할 수 있다는 것.

이에 최근에는 대주주가 보유한 주식을 대량 매도할 때 사전 신고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발의됐는데요. 대주주의 블록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주가가 급락해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입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입니다. 윤석열 대통령도 후보 시절 공약집에서 내부자의 대량 매도를 특정 기간 내 일정 한도로 제한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니 법 개정 가능성, 기대해봐도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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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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