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을 코앞에 둔 에너지 공기업 사장들이 비판 기사에 반박문을 올리며 적극 대응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자사에 비판적인 기사의 잘못된 부분을 조목조목 짚거나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이를 두고 관련 업계에서는 “지금까지 침묵하다 뒤늦게 왜 이러냐”는 비판과 “남은 직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한 책임경영의 자세”라는 응원의 목소리가 엇갈린다.
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은 17일 본인 계정의 SNS에 ‘호구된 가스공사…민간보다 2배 비싸게 LNG 수입’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공유하며 적극 반박에 나섰다. 그는 “(해당 기사는) 사실관계에 대한 분석이 잘못돼 있거나 다른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가스공사의 도입 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가스공사가 LNG를 비싸게 구입하는 배경에 대해 “민간사의 ‘체리피킹’이 가능한 구조와 가스공사의 천연가스 수급 관리 의무 때문”이라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채 사장은 이튿날에도 장문의 글을 올려 해당 기사 내용을 재차 반박했다. 지난해 말 가스공사 농구팀의 경기 결과를 SNS에 올린 뒤 6개월 만에 처음인 게시물이 비판 기사에 대한 반박 글이라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채 사장의 임기는 다음 달 8일까지다.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역시 지난달 말 SNS에서 ‘퇴임 전 특별 인사 논란’ 기사를 언급하며 “진실의 반대는 거짓이 아니라 왜곡과 편견”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사장은 “기존 인사평가 시스템으로는 연말 인사에서 순서에 들 수 없는 숨은 인재들을 현장에서 추천하는 제도”라며 해당 기사를 반박했다. 그동안 정 사장은 종종 SNS에 한수원 업무나 문화계 이슈 등을 올리며 ‘소통 행보’를 보여왔지만 특정 기사에 대한 반박 글을 올린 경우는 이례적이다. 정 사장은 4월 임기가 종료됐지만 후임 사장이 정해지지 않아 업무를 이어왔다. 정부는 현재 신임 사장 공모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임기 말 에너지 공기업 사장들의 행보를 두고 업계에서는 새 정부를 겨냥한 항변과 함께 남겨진 직원들의 사기 진작 의도가 복합적으로 담겼다고 보고 있다. 더욱이 이들은 월성 원전 경제성 조작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들에 대한 부정적 평가로 자칫 내부 직원들까지 피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이다. 기획재정부는 20일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평가 등급에 따라 직원들의 성과급도 차등 지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