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국내증시

'버팀목' 반도체 투톱, 실적전망도 암울

경기침체에 D램·낸드값 하락 예상

수요 리스크 커져 외인 투심 '꽁꽁'

증권사들 2분기 영업익 내려잡아

공매도 대기자금 9조도 주가 부담





국내 증시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국내 반도체 ‘투톱’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가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외국인들의 매도가 집중되는 것은 하반기 이후 실적에 대한 눈높이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빅테크들의 실적 둔화로 반도체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경기 침체로 PC·스마트폰 등의 판매량도 쪼그라들 것으로 예상되며 반도체 가격이 3분기에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1.84% 하락한 5만 8700원에 거래를 마감하며 52주 신저가를 또 갈아치웠다. SK하이닉스도 전 거래일보다 1.97% 내린 9만 4500원에 장을 마쳤다. 4거래일 연속 하락 마감이다. 코스피지수가 연초 이후 19.7% 하락한 데 비해 삼성전자 25.03%, SK하이닉스는 27.86% 빠지면서 낙폭이 더 컸다.

반도체주가 속절없이 내린 것은 이익 기대감이 낮아진 탓이 크다. 이날 BNK투자증권은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연결 기준) 추정치를 16조 2000억 원에서 15조 3000억 원으로 낮췄다. 앞서 신한금융투자는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을 14조 9180억 원에서 0.2% 낮춘 14조 8910억 원으로 추산했다. 올해 매출은 324조 3594억 원에서 318조 5059억 원으로, 영업이익도 62조 844억 원에서 60조 1329억 원으로 내려 잡았다. 유진투자증권도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를 16조 3000억 원에서 15조 원으로, 연간 영업이익은 60조 7000억 원에서 58조 3000억 원으로 내렸다.

반도체 실적에 암운이 드리운 것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으로 불거진 경기 침체 우려와 반도체 업황의 불확실성 때문이다.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올해 3분기 D램 가격이 직전 분기 대비 최대 8%, 낸드플래시 가격은 최대 5%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경기 침체로 제품 재고량은 늘고 있는데 모바일 및 PC 수요가 부진하면서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실제로 시장조사 업체 머큐리리서치에 따르면 데스크톱 1분기 CPU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30% 줄었다. 이는 머큐리리서치가 1993년 CPU 출하량을 조사한 이래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코로나19 이후 원격근무 확산 등으로 급증했던 PC 수요가 둔화한 데다 인플레이션이 심화되면서 소비자들의 PC 구매력이 떨어졌다. PC 업체들은 보유한 CPU 재고가 많아지면서 CPU 확보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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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완성품) 업황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디스플레이 전문 시장조사 기관인 DSCC는 TV 세트 업체들의 패널 주문이 줄어들면서 디스플레이 패널 업체들 역시 재고 일수가 늘었다고 전했다. LG디스플레이와 BOE·차이나스타 등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TV 패널 재고 일수가 평균 43일 정도인데 1분기에는 56일로 잉여 재고가 2주 분 정도 증가했다고 추산했다. 노트북 패널 재고 기간 역시 기존의 6~8주에서 최근 들어 8~12주가량으로 늘어났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정학적인 리스크, 기술적 악재, 미국 휴장일에 따른 외국인들의 아시아 증시에 대한 보수적 스탠스 강화, 인텔 1분기 CPU 출하량 감소 및 서버용 신규 CPU인 ‘사파이어래피즈’의 출시 지연 가능성에 따른 반도체 업황 부진 우려 재부각 및 오더컷(주문 축소) 루머 지속, 인플레이션 및 연준 긴축이라는 기존 악재 때문에 주가가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공매도 예비 지표로 불리는 대차 잔액도 급격히 불어나며 주가를 짓누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삼성전자의 대차 잔액은 6조 3847억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1% 증가했다. SK하이닉스의 대차 잔액은 2조 3473억 원으로 4%가량 늘었다.

일각에서는 저점 분할 매수가 유효하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주가 급락은 급격한 금융 긴축 이후의 경기 침체 리스크까지 선반영하는 과정”이라며 “과거 금융위기, 팬데믹에도 지지됐던 주가순자산비율(PBR) 1.1배가 바닥으로 판단되며 주가 5만 원 이하로는 하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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