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경매에 부쳐진 노벨평화상 메달이 1억 350만 달러(약 1338억 원)에 낙찰됐다. 노벨상 메달 경매 낙찰 금액으로 역대 최고가이다.
20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 메달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판해 온 러시아 언론인 드미트리 무라토프가 내놓은 것으로, 낙찰가는 기존 노벨상 메달 낙찰 최고가인 476만 달러(약 61억 4500만 원)의 20배가 넘는다. 기존 최고가는 1962년 노벨 생리학상을 수상한 제임스 왓슨 메달의 2014년 경매 기록이다.
무라토프는 “이번 경매 행사에 많은 연대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런 큰 금액에 낙찰될 줄은 몰랐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경매는 미국 뉴욕 헤리티지 옥션을 통해 이뤄졌다. 헤리티지에 따르면 경매 수익금은 전액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에 기부돼 전쟁으로 집을 잃은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을 위해 쓰일 계획이다. 메달 낙찰자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헤리티지가 낙찰자가 대리인을 통해 경매에 참여했다고 밝히며 "1억 350만 달러는 1억 스위스프랑과 같다”고 언급해 낙찰자가 미국 외 거주자일 수 있다는 점을 암시했다.
무라토프는 '새로운 신문'이라는 뜻의 러시아 독립 언론사 ‘노바야 가제타’를 1993년에 창간했다. 노바야 가제타는 1995년부터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의 비리를 폭로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비판하다가 러시아 당국의 위협으로 올해 3월 폐간했다.
무라토프는 지난해 10월 언론 탄압에 맞선 공로로 필리핀 언론인 마리아 레사와 함께 노벨평화상을 탔다. 러시아가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무라토프는 우크라이나 난민 어린이들을 돕고 싶다며 노벨상 메달을 경매에 내놓았다.
그는 “우크라이나 난민의 수를 보면 (이 전쟁은) 국지전이 아니라 제3차 세계대전에 해당한다”며 “이제 실수를 끝내야 할 때”라고 밝혔다. 또 “우크라이나 분쟁으로 고아가 된 아이들이 특히 걱정된다”며 “아이들에게 미래를 돌려주고 싶다”고 했다. 무라토프는 노벨상 경매와 별도로 50만 달러를 자선단체에 기부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