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경제동향

“21대 국회는 역대 최악…국회의장 왜 무소속인지 돌아봐야” [청론직설]

◆정의화 전 국회의장

‘검수완박’ 꼼수로 민주주의 훼손 이어 25일째 국회 공전

巨野, 법사위원장 이관 약속부터 지켜야 신뢰 정치 회복

‘의회민주주의 최후 보루’ 국회의장, 직권상정 자제해야

尹, 헌법가치 세우되 독단은 금물…협치의 손 내밀기를

정의화 전 국회의장이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국회의장은 의회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라며 “의장이 당적을 버리도록 규정한 국회법 정신을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성형주 기자정의화 전 국회의장이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국회의장은 의회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라며 “의장이 당적을 버리도록 규정한 국회법 정신을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성형주 기자


국회가 국회의장도 선출하지 못하고 25일째 공전하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9일로 끝난 21대 국회 전반기는 ‘꼼수 총동원’이라는 오명으로 얼룩졌다. 현재 거대 야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은 주요 쟁점 법안을 상임위원회 사보임과 위장 탈당 등 기상천외한 편법과 반칙을 동원해 관철시켰다. 그 과정에서 국회선진화법(개정 국회법)상 다수당의 독주를 막기 위한 견제 장치와 숙의 제도는 맥없이 허물어졌다. 4월 말~5월 초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제화 과정에서 ‘다수의 폭정’은 극에 달했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이를 두고 자신의 유튜브에서 ‘21대 국회는 조종(弔鐘)을 울렸다’고 개탄한 바 있다. 2012년 5월 국회선진화법이 통과될 때 국회의장 직무대행으로 본회의 의사봉을 두드린 그는 특정 정파에 얽매이지 않고 의회민주주의 원칙에 충실했던 국회의장으로 손꼽힌다. 정 전 의장은 22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구체적인 정치 쟁점에 대해 말을 아꼈으나 의회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정치권의 무리수에 대해서는 톤을 높여 쓴소리를 했다.

-검수완박 법제화 때 유튜브 ‘정의화 TV’에서 ‘21대 국회는 조종을 울렸다’고 비판했다.

△일종의 쇼크 요법이랄까. 대한민국은 민주국가로 그 핵심은 의회민주주의다. 의회민주주의를 제대로 하라고 강한 메시지를 담았다.

- 유튜브에서는 평소의 정의화답지 않게 ‘협잡꾼’ ‘좀비’ 등 거친 발언도 했는데.

△국회가 국회선진화법 정신을 망각하고 거꾸로 가는 것을 보고 실망을 넘어 자괴감까지 들었다. 지금은 의회민주주의의 위기 아닌가. 의회민주주의는 절차 중시와 숙의민주주의를 의미한다. 이를 위해 국회의장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국회의장은 의회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다. 그래서 박병석 당시 국회의장 등을 직접 거론했다.

-18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 직무대행을 맡았을 때 국회선진화법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당시 다수당을 견제하는 장치가 무력해질 것으로 예상했나.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2008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의 국회 상임위원회 상정 과정에서 여야가 극심한 물리적 충돌을 빚었던 것을 계기로 2012년 국회법이 개정됐다. 2008년 12월 18일이었는데 회갑이어서 정확한 날짜를 기억한다.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은 의원 전원을 아침 일찍 집합시켰는데 왜 무리하게 비준안을 통과시키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아들 내외와 아침을 같이 먹겠다는 핑계로 국회에 늦게 나갔더니 국회가 난장판이 됐더라. 그 뒤 의회 폭력을 없애자, ‘동물 국회’를 막자는 취지로 만든 것이 국회선진화법이다. 그런데 호랑이를 피하려다 사자를 만난 격이다. 국회선진화법은 사문화했다. 법 정신이 망가졌기에 존재 의미가 없어졌다. 폭력 방지 조항만 남겨두고 원점에서 재논의해야 한다.

2008년 12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의 국회 상임위원회 상정을 둘러싼 난투극을 보도한 LA타임스. /연합뉴스2008년 12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의 국회 상임위원회 상정을 둘러싼 난투극을 보도한 LA타임스. /연합뉴스


-국회선진화법을 만들 때 반대하지 않았는가.

△민생 법안과 국익 법안 처리를 한 발짝도 진전시키지 못하는 ‘식물 국회’가 되고 국정 운영 대혼란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에게도 그런 취지의 뜻을 전했다. 박 비대위원장이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국회가 뒷받침하지 못할 수 있으니 재고하라고 진언도 했지만 의원총회에서 당론으로 결정됐다. 국회선진화법 가결을 선포할 때 ‘이 법이 통과되면 식물 국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 법이 통과된 이상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회선진화법 무력화는 제도의 허점도 있지만 운영의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제도는 높은 수준의 선진화를 담은 반면 실제 정치는 후진적이어서 선진화법이 맞지 않는 것이다. 운영은 법 정신을 지켜야 한다. 국회 운영의 키를 쥔 국회의장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검수완박 법제화 당시 박 의장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국회의장이 의회민주주의를 지켜야 하는데도 박 의장은 직무를 유기했다.

-국민의힘이 국회의장 중재안을 깬 측면이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국회의장의 중재가 이뤄지기 며칠 전 박 의장에게 절차와 숙의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는 취지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그랬더니 ‘정 의장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됐다’는 답장을 받았다. 그런데 중재안이 깨지자 법안이 곧바로 상임위와 본회의에 상정됐다. 박 의장이 중재 무산에 화가 났던 것 같다. 의장 중재안은 의원총회에서 뒤집어지는 경우도 있다. 합의를 이끌어냈다고 해서 국회의장의 소임을 다한 게 아니다. 합의를 끌어낸 것과 본회의 상정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아무래도 합의가 깨져 (박 의장이) 감정적으로 처리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박 의장이 훌륭한 정치인으로 기록되려면 법안 상정을 거부했어야 했다.

-국회의장 시절 집무실에 참을 ‘인(忍)’자가 쓰인 글을 붙여놓았는데.

△19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으로 취임한 뒤 이완구(2021년 10월 작고)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간 입법 갈등과 대립이 워낙 잦아 중재하려고 서도회 선생께 부탁해 글을 받아뒀다. 두 원내대표가 의장실에 오면 그 글자를 보라고 하며 참으라고 당부했다. 몇 개월 지나니 내가 참아야겠더라. 곳곳에서 압력이 들어왔다.

-6·1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참패했다.

△정치 일선을 떠났는데 언급하기에는…. 다만 (민주당이) 정상적인 정치를 했다고 보지 않는다. 국민을 무시하고 오만했다. 지방선거 전 검수완박 법제화 과정은 ‘안하무국민’이었다. 지방선거에도 악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민주당이 자당의 독주를 심판한 민심을 수용해 달라질까.

△경험적으로 보면 쉽게 바뀌기 어렵다. 거죽의 변화는 있겠지만 근본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오랫동안 만성적으로 악화돼왔다. 국회가 끝나면 늘 역대 최악의 국회였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의회민주주의를 훼손한 뒤 아직 국회의장도 선출하지 못한 21대 국회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21대 국회 후반기 의장으로 김진표 민주당 의원이 사실상 내정된 상태다. 선배 의장으로서 조언한다면.

△내 경험보다는 이만섭 전 국회의장의 말을 들려주고 싶다. 이 전 의장은 국회 의사봉을 두드릴 때 첫 번째는 야당을 보고, 두 번째는 여당을 보고, 세 번째는 국민을 본다고 했다. 이 말을 금과옥조로 삼을 만하다. 국회의장이 왜 무소속인지 숙고하기 바란다. 김 의원이 ‘내 몸에 민주당의 피가 흐른다’고 한 것은 중립적이어야 할 국회의장으로서 할 말이 못 된다. 국회의장이 왜 당적을 버리도록 규정됐는지 국회법 정신을 돌아봤으면 한다.

2015년 12월 정의화 국회의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쟁점 법안의 입법 지연이 ‘국가비상사태’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직권상정을 거부한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2015년 12월 정의화 국회의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쟁점 법안의 입법 지연이 ‘국가비상사태’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직권상정을 거부한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의장의 주요 덕목과 책무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첫째 의회민주주의 수호다. 두 번째는 선진 정치를 만들어야 한다. 선진 정치는 대화와 타협으로 이뤄진다. 그게 협치다. 여야가 서로 존중하고 신뢰를 쌓아야 대화와 타협이 가능하다. 국회의장이 그렇게 유도해야 하고 정도를 벗어났을 때 엄격해야 한다.

-국회의장을 지낼 때 직권상정 요구를 거부해 여당·청와대와 불편한 관계였던 적도 있다. 후회하지 않는가.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 2016년 유일하게 테러방지법을 직권상정했다. 국회법상 직권상정 요건에 해당한다고 봤다. 청와대의 주문에 따라간다는 뒷말이 나왔지만 정치공학 측면에서 그런 비판도 있을 수 있다고 본다. 다만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서훈 국정원장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나에 대한 오해가 풀린 것 같다. 서 내정자가 “테러방지법은 꼭 필요한 법”이라고 답변하자 민주당 의원들이 더는 입도 뻥끗하지 못하더라.

-21대 후반기 국회가 법사위원장 배분을 둘러싼 여야 간 대치로 3주가 지나도록 개원도 못하고 있다.

△이런 국회를 바라보는 것만 해도 괴롭다. 경제 위기가 몰려오는데도 국회가 3주 넘게 공백 상태인 것은 직무유기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같은 당에서 맡지 않는다는 국회 관행이 있다. 시대가 바뀌면 관행도 달라질 필요가 있겠지만 이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민주당은 이미 법사위원장 자리를 후반기 국회에서 국민의힘에 주겠다고 약속했다. 이 약속을 지켜야 한다. 그래야 신뢰가 생기고 협치가 가능하다. 국회 정상화는 약속을 지키는 신뢰의 정치로 풀어야 한다.

-최근 광주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에 바란다’ 토크쇼에서 사회를 봤는데 어떤 정치를 바라는가.

△국민이 검찰총장 출신의 대통령을 뽑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정의와 공정이 무너졌으니 이를 헌법 가치와 법치주의로 바로 세워달라는 국민의 여망에 부응해야 할 것이다. 또 하나는 대한민국을 세계가 인정하는 나라, 존경받는 나라로 만들어달라는 것이다. 대통령 집무실을 서둘러 용산으로 이전한 것과 같은 독단과 독선은 금물이다.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주겠다고 약속했고 그것을 지키는 것은 바람직하다. 원래 예정된 광화문 이전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어디로 가야 좋을지 시간을 두고 여론을 수렴해 결정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국가 경영에는 절차와 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와 같은 여소야대(與小野大) 상황이 아니더라도 야당에 협치의 손을 먼저 내밀었으면 좋겠다.

/권구찬 선임기자 chans@sedaily.com

정의화 전 국회의장정의화 전 국회의장


He is…

1948년 경남 창원에서 태어나 부산대 의대를 졸업하고 연세대 의대에서 의학 석사, 인제대에서 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신경외과 전문의로 부산에서 봉생병원장을 맡다가 1996년 15대 총선 당시 신한국당 소속으로 부산 중·동구에서 당선돼 정계에 입문했다. 같은 지역구에서 내리 5선을 했다. 18대 국회 후반기 국회부의장과 19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 등을 지냈다. 2016년 싱크탱크 ‘새한국의 비전’을 설립해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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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구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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