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남동부에서 규모 5.9의 강진이 발생해 1000명 이상이 사망했다. 지금까지 파악된 사상자 숫자만 해도 1998년 이후 최대라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향후 피해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지중해지진센터(EMSC)는 22일(현지시간) 오전 1시 24분 아프가니스탄 남동부 호스트주로부터 남서쪽으로 37㎞ 떨어진 곳에서 규모 5.9의 지진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진원 깊이가 10㎞로 얕았던 탓에 아프간 수도 카불은 물론 파키스탄, 인도에서 1억 1900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흔들림을 느꼈다고 EMSC는 전했다.
특히 진앙과 가까운 아프간 파크티카주와 호스트주가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이날 오후 2시까지 아프간 당국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사망자와 부상자 숫자는 각각 1000명과 1500명에 달한다. 산간에 위치한 마을들의 사태 파악에 시간이 걸려 사상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지 언론에 보도된 사진들에는 가옥들이 무너져 돌무더기가 되고 시신들이 담요에 덮인 채 땅바닥에 놓여 있는 모습들이 담겼다. 현지 가옥이 대부분 흙벽돌로 엉성하게 지어진 점이 피해를 더욱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피해 규모는 1998년 이후 24년 만에 가장 큰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은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 숫자는 2002년 아프간 북부에서 발생한 지진과 맞먹는다"며 "1998년 아프간 북동부에서 발생한 규모 6.1 지진으로 최소 4500명이 사망한 후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탈레반은 해당 지역에 대한 구조와 수색에 나서는 한편 유족들에게 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유엔(UN) 등 국제구호단체도 피해 지역에 지원 인력을 파견하고 있다. 이웃 나라 파키스탄의 샤리프 총리도 "아프간 국민에게 가능한 모든 지원을 하겠다"고 말했다.
아프간은 알프스-히말라야 조산대에 속한 지역인 만큼 평소 지진이 잦다. 올해 1월 아프간 서부에서 지진이 발생해 20명 이상이 숨졌다. 2015년에는 규모 7.5의 강진이 아프간과 파키스탄 접경 지역을 덮쳐 400명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번 지진은 지난해 8월 탈레반 재집권 이후 한층 심각해진 아프간의 경제난에 추가적인 타격을 줄 전망이다. 아프간은 탈레반을 겨냥한 서방의 각종 제재로 통화가치가 급락하는 등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지진 피해에 대한 수습은 탈레반에게 중대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