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에 이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국 봉쇄 조치 등은 공급망에 큰 차질을 불러일으켰다. 이로 인해 에너지 가격과 식량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며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에도 물가 상승률이 40년 이래 최고 수준에 이르자 기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올해 3월을 기점으로 금리 인상을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당분간 대응 강도를 높여 나갈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영국·호주 등 주요국들도 정책금리를 인상하면서 시중금리는 연일 상승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가을부터 선제적으로 금리 인상에 나섰지만 5월 발표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4%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8월 5.6%를 기록한 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은행의 조사월보에 따르면 과거 우리나라의 물가 상승률이 5% 이하로 유지되기 시작한 것은 2000년 이후다. 1980년을 전후한 오일쇼크 시점에는 20% 내외의 물가 상승률을 기록했고 1960년대에는 30% 수준, 한국전쟁 발발 직후인 1951년에는 무려 556%의 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1950년대 실제 채권시장에서 형성된 금리는 약 20~80% 수준이었는데 지금도 터키의 국채수익률이 연 18% 수준을 상회하고 있고 전쟁 발발 직후 우크라이나 국채는 액면가의 22%, 러시아 국채는 액면가의 17%선에서 호가가 형성되는 것을 보면 60년 전 우리나라의 상황이 최근에도 지구 저편에서 벌어지고 있음을 실감한다.
이렇게 대외 여건이 불안정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우리나라 가계소득과 기업의 실적 전망도 밝지 않다. 연준의 긴축 충격으로 국내 금융시장의 여건이 악화된다면 경제주체들의 자금 조달에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최근 발표된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에서도 민간부채 누증 및 높은 주택가격, 업종별 불균등 회복으로 인한 기업의 부실 증대 가능성 등 금융 안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2022년 우리에게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이라는 파고가 경제와 금융 시스템을 위협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1997년의 외환위기와 2002년 카드 사태, 2008년 금융위기, 그리고 최근 코로나19 사태에도 민관이 협력해 위기를 타개해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6일 기준 4477억 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액과 그간 쌓아온 정책 대응 수단들은 우리에게 든든한 방파제 역할을 해줄 것이다. 나아가 이번 위기를 통해 우리나라의 금융자산을 더욱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든든한 금융 시스템 구축을 위한 기회가 될 수 있도록 민관이 함께하는 구수회의(鳩首會議·머리를 맞대고 의논함)가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