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감청 중 월북 단어는 딱 한번"…與 '서해피살 사건' 文 정조준

직무유기·월북몰이 직권남용 규정

권성동 "서훈 직접 해명해야" 직격

법적 분쟁땐 文 수사로 이어질 듯

민주 "국힘 주장은 정치모략" 반발

국민의힘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격 사건 진상조사 TF’ 단장을 맡은 하태경(왼쪽 세 번째) 국민의힘 의원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피격 공무원 유족 초청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국민의힘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격 사건 진상조사 TF’ 단장을 맡은 하태경(왼쪽 세 번째) 국민의힘 의원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피격 공무원 유족 초청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국민의힘이 서해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격 사건의 진상 규명을 빌미로 연일 문재인 정부 인사들을 공격하고 있다. 2020년 9월 22일 해수부 공무원 이대준 씨의 생존이 확인된 뒤 피살될 때까지 6시간이 있었지만 문재인 정부가 구조에 실패한 데다 이후 청와대가 주도해 이 씨가 월북을 시도한 것으로 몰아갔다는 이유에서다.






국민의힘은 “청와대에서 구체적인 지침을 하달한 정황과 근거를 확보했다”며 해당 사건을 ‘구조 실패 직무유기, 월북 몰이 직권남용’이라고 규정했다.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경우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신구 정권 간 갈등의 뇌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문재인 정부 때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입장문을 내고 “비극적인 사건을 정치적으로 써먹으려 하지 말라”며 반발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4일 국회에서 이 씨 유족을 초청해 간담회를 가진 뒤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겨냥해 “피격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직격했다. 전날 ‘해수부 공무원 피격 사건 진상 조사 태스크포스(TF)’ 단장을 맡은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국방부에 입장 번복을 지시한 서주석 당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 명의의 공문을 확인했으니 이를 해명하라는 주장이다.



하 의원은 “지금까지 월북의 가장 확실한 근거로 거론된 것이 바로 군의 특별취급정보(SI)였는데 (북한의) 7시간 통신(을 감청한 것)에 해당하는 방대한 내용이다. 그중 ‘월북’이라는 단어는 딱 한 문장에 한 번 등장하고 그 전후에 전혀 월북과 관련한 내용이 없었다. 왜 월북했고 어떻게 월북했는지에 관한 내용들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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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구조 활동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남북 간 통신선이 끊어져 있어 대처가 힘들었다는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은 사실이 아니었다”며 “유엔사령부의 판문점 채널은 가동 중이었다”고 지적했다. 하 의원에 따르면 실제로 이 씨가 피살된 다음 날인 23일 뒤늦게 청와대는 판문점 채널을 통해 실종자가 발견되면 돌려보내달라는 전통문을 보냈다.

국민의힘은 월북 가능성이 낮다는 군 당국의 최초 보고에도 불구하고 이 씨가 월북했다는 결론을 내린 것도 문제 삼았다. 하 의원은 “조류 방향, 슬리퍼, 부유물 등 당시 제시된 월북 증거는 급조된 것”이라며 “거의 유일한 증거가 감청 자료”라고 설명했다.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은 “이 씨가 직접 월북 의사를 표시한 것인지, 기력이 없는 상태에서 질문에 답변만 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하 의원은 국방부의 입장이 ‘총격 후 시신 소각’에서 ‘시신 소각으로 추정’으로 바뀐 과정에서 청와대가 개입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북한이 25일 전통문을 통해 시신 소각 사실을 부인한 뒤 청와대가 지침을 하달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하 의원은 “국방부 첩보가 사실상 배척되고 북한의 답변이 더 존중된 상황”이라며 “국방부로서는 직접 확인해 발표한 내용에 대해 스스로 부인해야 하는 치욕스러운 상황이었다”고 꼬집었다. 국방부는 2020년 9월 24일 이 씨가 피격된 뒤 북한이 시신을 소각했다고 밝혔지만 27일 기자단 브리핑에서는 “시신 소각으로 추정되며 정확한 사실 확인을 위해 공동 조사가 필요하다”고 입장을 바꿨다. 진상 조사 TF에 따르면 국방부가 입장을 번복하기 전 청와대 안보실에서 국방부로 ‘사건 관련 주요 쟁점 답변 지침’이 하달됐다.

국민의힘에서는 문 전 대통령을 겨냥한 법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다만 진상 조사 TF를 이끄는 하 의원은 “고발 여부는 아직 결정된 것이 아니다. 보다 분명한 증거가 확보돼야 할 것”이라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여권의 강공에 민주당 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주장은 정치 모략”이라며 “문재인 정부는 이 씨의 실종 신고가 접수된 후부터 수색, 첩보 수집, 시신 수색까지 매순간 최선을 다했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냈다. 이들은 “여권이 감청 정보 등 안보 자산의 공개가 어렵다는 점을 활용해 비극적인 사건을 전 정부 공격의 소재로 써먹으려 하고 있다”며 “이 씨의 죽음을 다른 목적으로 활용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주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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