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정부의 분양가상한제 개편안 발표 이후로 서울 내 정비사업장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일반분양을 계속 늦출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사업에 속도를 내는 곳과 개편안의 내용이 만족스럽지 않다며 일반분양 시기를 늦춰 후분양을 선택지에 넣는 곳으로 나뉘고 있다.
24일 정비 업계에 따르면 이문·휘경뉴타운 최대어인 이문3구역(총 4321가구·일반분양 1067가구)은 정부의 분양가상한제 개편안 발표 이후 일반분양가 산정 절차에 착수했다. 이문3구역 조합은 전날 일반분양 가격 산정(가산비 포함) 및 심의 업무 등 대행 용역 업체 선정을 위한 입찰을 마감하고 조만간 업체를 선정하는 총회를 개최한다. 조합 측은 “일반분양가 산정 결과에 따라 일반분양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연내 일반분양이 목표”라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착공 신고를 한 이문3구역의 예상 일반분양 시기는 올 1월이었다. 하지만 분양가 산정 문제에 공사비 문제 등이 겹치며 일반분양 시기가 올 하반기로 미뤄졌다. 하지만 조합 내부에서 무기한 사업을 늦출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분양가상한제 개편안이 발표된 시기와 맞물려 일반분양 분양가상한제 심의에 나서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사업 속도가 가장 느린 이문4구역을 제외한 이문·휘경뉴타운 내 다른 곳들도 연내 일반분양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들 사업장은 모두 후분양은 선택지에서 제외하고 사업 속도를 높일 방침이다. 이문1구역은 다음 달 1일 관리처분총회 후 10월 조합원 분양이 끝난 뒤 일반분양에 나설 예정이다. 이문1구역 관계자는 “조합원 분양이 끝난 후에 일반분양까지 시간을 오래 끄는 건 아닌 것 같다”며 “이주비, 사업비 대출 등 금융 비용도 부담스럽고 향후 시장이 호황일지 침체를 맞게 될지 모르지만 일단 현재 직면한 상황에 맞게 빠르게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15일 기공식을 연 휘경3구역은 현재 일반분양 분양가상한제 심의를 위한 용역을 진행 중이다. 조합 관계자는 “분양가상한제 개편이 사업 속도를 높이는 데 조금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며 “당초 일반분양 목표는 다음 달이었으나 현실적으로 어렵고 최대한 연내에 일반분양하겠다”고 밝혔다.
이문·휘경뉴타운 외에 다른 정비사업장들도 최근 발표된 정부의 분양가상한제 개편안을 반영해 분양가 수준을 검토해본 뒤 일반분양 시점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번 개편안으로 올릴 수 있는 분양가의 상승 폭이 생각보다 적어 분양가 책정에 큰 영향을 미칠 것 같지는 않다는 의견이 많았다.
특히 분양가 책정 문제로 분양 일정을 뒤로 미룬 사업장들에서 ‘분양가 상승 폭이 예상보다 크지 않다’는 아쉬움이 나오고 있다. 분양가상한제 등의 이유로 일반분양을 연기했던 은평구 대조1구역 조합 관계자는 “공사비 확정과 관련한 절차가 남은 만큼 내년 상반기쯤 일반분양이 가능할 것 같은데 이때 이번 개편안 내용을 반영해 가격이 책정될 것 같다”며 “다만 상승 폭이 미미해서 큰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서초구 방배5구역 조합 관계자도 “추후 일반분양 일정을 잡을 때 이번 개편안 내용을 반영할 예정이지만 아무래도 예상보다 상승 폭이 제한적이다 보니 이번 개편안으로 크게 바뀌는 내용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분양할 예정이었던 송파구 진주아파트의 재건축 조합 관계자도 “아직 조합원 분양 절차가 끝나지 않아서 일반분양 일정을 결정할 단계는 아니지만 분양가 산정 시 개편안 내용이 반영될 것”이라면서도 “다만 이를 반영한다고 분양가가 크게 변동될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분양가상한제가 개편됐다고 해서 서울의 막혀 있던 공급이 갑자기 풀린다고 보기보다는 불확실성 하나가 해소됐다는 의미로 봐야 한다”며 “시장에서 기대했던 만큼 실질적인 상승 폭이 크지 않아 버틸 수 있는 사업장들은 일반분양 시기를 최대한 늦추는 것을 선호할 것이고 특히 둔촌주공처럼 덩어리가 큰 사업장이나 강남 등 자금 여력이 있는 사업장일수록 후분양을 선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21일 분양가상한제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아파트 분양가를 구성하는 기본형 건축비와 가산비를 높일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가산비는 정비사업 이주비 대출이자와 상가 세입자 영업 손실 보상비, 조합 운영비 등이 추가로 반영되고 기본형 건축비는 자재 값 급등에 맞춰 수시로 조정될 수 있게 했다. 국토부는 이번 발표로 분양가가 재건축의 경우 1.5% 안팎, 재개발은 최대 4% 정도 인상될 것이라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