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힘을쓰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제약주가 방어주로 부상하고 있다. 약에 대한 수요는 경기와 무관하기 때문이다. 또 약값에서 원재료비의 비중이 낮아 인플레이션 압력을 피해갈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제약주에 대한 외국인투자자들의 매수도 이어지고 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6월 들어 코스피 의약품지수는 4.99% 떨어졌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의 낙폭(-11.89%)보다 선방했다. 올해 상반기로 기간을 넓혀도 의약품지수(-19.45%)는 코스피지수(-22.28%)보다 적게 떨어졌다.
외국인의 매수세도 몰리고 있다. 외국인은 이달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와 셀트리온(068270)을 각각 395억 원, 687억 원씩 순매수했다. 한미약품(128940)(87억 원), 신풍제약(019170)(98억 원), 일동제약(249420)(410억 원) 등도 사들였다. 비록 규모가 크지는 않으나, 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5조2018억 원 어치 주식을 내던진 와중에 이뤄진 매수라는 점에서 눈여겨 볼만하다.
제약주는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이른바 ‘3고(高) 악재’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선 제약업종은 제품가격에서 원재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낮다. 하태기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일반적인 관점에서 제약사 매출액에서 순수 원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 미만에 불과하다”며 “제조원가 가운데 비중이 큰 감가상각비·인건비 등은 유가와 환율상승에 따른 영향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수출 규모가 큰 제약사들의 경우 오히려 환율 상승이 수익성에 도움이 된다. 올 1분기 기준 수출 비중이 높은 셀터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서흥 등은 환율 상승으로 수익성 개선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해외 도입상품 비중이 높은 제약사들도 단기적으로는 고환율의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일반적으로 제약사의 상품 매입가는 장기 계약이기 때문이다. 또 미리 쌓아둔 재고를 소진하면서 단기적으로 수익성 방어에 나설 수 있다.
하 연구원은 “불경기에 돈이 없어도 병원은 가야하기 때문에 수요측면에서도 매출감소요인이 적다”며 “올해 제약주는 경기방어주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하반기에도 상대적인 안전지대”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