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 중인 쌍용차가 중견그룹 KG품에 안긴다. 지난주 쌍방울 그룹이 입찰에 뛰어들었지만 조건부 인수 후보였던 KG그룹이 우선 매수권을 행사하면서 쌍용차 인수를 확정 지었다. KG그룹의 지분 인수 가격은 4000억원 안팎이지만 채무 변제와 향후 운영 자금 등을 포함한 실질적인 쌍용차 인수 금액은 1조 원에 달할 전망이다. KG그룹 인수에 대해 채권단까지 동의하면 쌍용차는 1년 6개월 만에 회생 절차에서 졸업한다. 2020년 전 대주주인 마힌드라 그룹의 포기 선언 이후 3년 만이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G그룹 컨소시엄은 이날 오후 쌍용차 우선 매수권을 행사하겠다는 의사를 쌍용차와 매각 주간사 EY한영 측에 밝혔다. 이에 따라 서울회생법원은 28일 오전 중 쌍용차 최종 인수자 선정 허가 결정을 내릴 예정이며, 사실상 KG그룹 인수로 가닥을 잡았다.
쌍용차는 10월 15일로 다가온 회생 기한 내 매각을 위해 KG그룹과 회생계획안 작성에 돌입할 계획이다. 8월로 예정된 채권단 동의에 성공하면 쌍용차는 회생 절차에서 졸업한다.
이번 매각 관계자는 “쌍방울 그룹은 인수전 내내 자금 증빙에서 법원의 신뢰를 받지 못했고, 본 입찰 하루 전날 시세조종 혐의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는 등 정상기업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번 매각은 실패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조건부로 인수자를 KG그룹으로 정한 뒤 추가 인수 의향자와 공개 입찰을 추가로 실시하는 '스토킹 호스'(Stalking Horse)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달 24일 열린 본입찰은 쌍방울그룹이 인수 의사를 밝히면서 2파전으로 치러졌다. 쌍방울그룹은 계열사 광림과 컨소시엄을 결성해 4000억 원에 가까운 입찰가를 제안했다. 이는 KG그룹이 제시한 3360억 원 보다 약 500억원 높다.
KG그룹은 600억 원 이상 인수 금액을 높여야 쌍용차 인수를 확정할 수 있었다. 인수 예정자 지위를 확보했더라도 입찰 경쟁에서 쌍방울그룹과 같거나 조금 더 높은 금액을 제시해야 우선 매수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KG그룹은 600억 원 가량을 더 올리면서 쌍용차 인수를 확정 지었다. 이에 따라 쌍용차 최종 인수 금액은 지분 인수 기준으로 4000억 원대로 결정됐다. 이밖에 밀린 급여와 협력사 등에 지불하지 못한 대금을 포함한 공익채권 4000억 원, 향후 단기간 운영 자금 및 우발채무 등이 최소 2000억 원 이상이어서 실제 인수 금액은 1조 원 이상이 될 전망이다.
쌍용차가 최종 인수자를 확보하면서 채권단과의 협상에도 이목이 쏠린다. 앞서 인수자가 됐던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은 채권단 반대로 발목을 잡혔다. 에디슨모터스는 채권자에게 채무 중 현금으로 1.75%만 갚고, 나머지는 채권단에 출자전환을 요구하면서 반대에 부딪쳤다. KG그룹은 에디슨모터스에 비해 1000억 원 가량 인수 금액을 키우면서 채권단에 돌아갈 현금을 높였기 때문에 협상의 여지가 있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특히 주요 상거래채권단인 효림이 KG그룹 컨소시엄에 참여하면서 협상의 물꼬를 틀 것으로 보인다.
인수 후 노조 등 통합 작업 역시 풀어나갈 숙제다. KG그룹은 지난 입찰에서 자금력 외에도 고용보장 기간 등 정성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으면서 승기를 거머쥐었고 관리인을 통해 노조와 협력을 다짐하고 있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향후 임금과 고용 체계 등을 놓고 노사 갈등을 풀어가는 것 역시 경영 정상화를 위해 거쳐야 할 관문"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경영 정상화가 관건이다. 최근 쌍용차는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토레스를 출시하면서 사전 계약 하루 만에 역대 최대인 1만 2000대를 주문 받았다. 특히 KG그룹에서 추가 운영 자금을 수혈 받을 경우 신차 개발이나 AS, 신사업 등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KG그룹 핵심 관계자는 “법정관리 과정에서 우발채무 등 추가 위험은 많이 줄었다"면서 "인수가 확정되면 노조와 채권단의 협조를 얻어 회사 정상화에만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