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영지 인민일보가 29일 홍콩의 장기적 번영과 안정을 확고하게 유지하기 위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홍콩의 ‘일국양제(一國兩制)’ 실천을 주도해왔다고 강조했다. 지난 25년간 홍콩이 중국에 의지하고 새로운 혁신을 이어가며 지속적으로 발전해왔다는 점을 강조하는 데 1면 머리기사와 2면 전체를 할애했다.
다음 달 1일로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된 지 25주년이 된다. 1997년 덩샤오핑 당시 중국 주석이 마가릿 대처 영국 총리와의 협상에서 일국양제와 항인치항(港人治港·홍콩은 홍콩 사람이 다스린다)·고도자치(高度自治·높은 수준의 자치를 보장한다)를 약속하고 홍콩의 주권을 돌려받으면서 홍콩특별행정구가 성립된 날이다. 하지만 50년간 부여하겠다던 홍콩의 자치권은 이미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외교·국방은 물론 정치·경제 모든 분야에서 ‘홍콩의 중국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시 주석 집권 이후 홍콩의 민주주의는 퇴보했고 그나마 유지하던 아시아 금융허브의 지위마저 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8일(현지 시간) 홍콩축하위원회는 ‘홍콩 조국 반환 25주년 기념’ 출범식에서 다채로운 축하 활동이 시작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빅토리아 공원에는 대규모 국기 장식과 조명등이 설치됐고 버스와 트램, 대형 선박 등에도 홍콩특별행정구 깃발과 중국 오성홍기가 내걸려 축제 분위기를 조성했다. 첸홍다오 축하위 준비위원장은 “25년간 7월 1일은 홍콩이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내다보는 특별한 순간이었다”며 “홍콩의 조국 반환 25주년은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축하 분위기를 고조시킨 것은 기념 행사의 화룡점정이 될 시 주석의 방문 소식이다. 중국과 홍콩 언론들은 코로나19가 확산된 2020년 1월 이후 한 번도 중국 본토 밖으로 나가지 않았던 시 주석이 직접 홍콩을 방문한다는 소식을 연일 대서특필하고 있다. 시 주석은 다음 달 1일 반환 25주년 기념식과 리자차오(존 리) 신임 홍콩 행정장관 취임식 등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현지 경찰은 “시 주석이 6대 행정부 취임식을 비롯해 여러 행사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확인했다.
25년 전 덩 주석과 대처 총리에게 약속한 일국양제, 즉 홍콩의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를 인정하는 ‘한 국가 두 체제’는 시 주석 집권 이후 중국 정부가 2014년 6월 “홍콩 관할권은 중앙정부에서 전면 보유한다”고 밝히며 급격히 후퇴하기 시작했다. 홍콩 정부를 이끄는 행정장관은 2017년 선거 방식이 간접 선거로 바뀌면서 사실상 중국 정부가 입맛에 맞는 친중 인사를 낙점하는 자리로 변질됐다. 취임을 앞둔 경찰 출신 리 행정장관은 이미 홍콩 내 자체보안법을 제정해 홍콩 국가보안법을 보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며 중국 공산당의 꼭두각시가 될 것임을 예고했다. 25주년 반환 기념식에서도 영국식 제식 훈련 대신 처음으로 중국식 제식을 도입하기로 하는 등 홍콩 색깔 지우기에 앞장서는 모양새다.
경제 분야에서 중국의 홍콩 장악 시도는 더욱 두드러진다. 외국 자본이 중국으로 들어가는 통로나 아시아 금융허브의 위상을 지녔던 홍콩은 중국 상하이·선전·하이난 등에서 나눠 가져가고 있다. 기업공개(IPO) 분야가 대표적이다. 올해 상하이·선전 증시는 IPO로 370억 달러를 공모했지만 홍콩 증시의 IPO 공모 금액은 24억 달러에 그쳤다. 자본시장 기능도 중국과 연결되며 중국에 대거 흡수되고 있다. 2014년 상하이, 2016년 선전의 본토 주식시장과 홍콩 증시의 교차거래가 허용된 후 본토 주식시장으로 1조 6000억 위안(약 2390억 달러)이 유입됐다. 2017년에는 중국과 홍콩의 채권 교차거래가 허용됐고 다음 달 4일에는 ETF도 교차거래할 수 있게 된다. 이른바 금융 통합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시아 금융허브의 위상이 추락하면서 국제 금융 관련 기관들도 홍콩을 멀리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편 홍콩 명보는 반환 25주년 기념식에 앞서 여론조사 기관 홍콩민의연구소가 28일 발표할 예정이었던 일국양제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다음 달 5일로 돌연 연기했다고 29일 전했다. 일각에서는 시 주석의 방문을 의식해 홍콩 경찰 내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담당 부서인 국가안전처가 발표 연기에 개입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명보는 또 국가안전처가 시민단체들을 대상으로 다음 달 1일 집회 계획 등을 집중 조사하며 당일 소란을 일으키지 말라고 요구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