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내년 선보일 예정이던 수소전기차 ‘넥쏘(사진)’의 신형 모델 출시를 2024년으로 연기하기로 했다. 2025년 내놓기로 한 제네시스의 첫 수소차는 향후 차세대 수소연료전지의 개발 수준을 살핀 뒤 개발 지속 여부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3세대 수소연료전지의 개발 작업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현대차(005380)가 전반적인 수소차 로드맵을 손보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29일 자동차 부품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넥쏘 부분변경 모델의 출시 일정을 2024년으로 미루기로 했다. 당초 현대차는 내년 하반기께 신형 넥쏘의 양산을 시작해 판매에 들어갈 계획이었다. 특히 출시 5년차를 맞은 올해 들어 해외를 중심으로 넥쏘의 판매가 급감한 만큼 신 모델 투입을 통한 판매량 반등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올해 1~5월 넥쏘는 내수 3978대, 수출 119대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재 여러 가지 상황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신형 넥쏘의 출시 일정에 대해서는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2025년을 기점으로 순차적으로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던 제네시스 수소차 등 다른 수소차 라인업은 출시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말 중단된 제네시스 브랜드의 첫 수소차 개발 프로젝트는 추후 연료전지 개발 상황을 지켜본 이후 재개 여부를 정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의 수소차 출시 계획이 흔들리게 된 배경에는 3세대 수소연료전지의 개발 지연이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 9월 현대차는 2030년 수소전기차 가격을 일반 전기차 수준으로 낮추고 2040년은 수소에너지 대중화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수소비전 2040’을 발표했다.
수소비전이 본격화하는 시점으로는 3세대 연료전지를 선보이는 2023년을 지목했다. 3세대 연료전지시스템의 시제품인 100kW급과 200kW급 연료전지시스템도 공개했다. 100kW급 연료전지시스템은 현재 판매 중인 넥쏘에 적용된 2세대 연료전지보다 부피를 30% 줄이고, 상용차용인 200kW급 연료전지시스템은 출력을 두 배 강화한다는 구상도 전했다. 이를 통해 연료전지의 가격을 2025년까지 현재의 절반 이하로 낮춰 수소차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포부였다.
하지만 3세대 연료전지 개발 작업은 현재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개발을 완료하기로 한 내년까지 당초 목표했던 기대성능 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게 현대차 안팎의 평가다. 연료전지 개발에 차질이 빚어지자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말 기존 연료전지사업부를 개발조직인 수소연료전지개발센터와 사업조직인 수소연료전지사업부로 분리하는 인사를 단행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신형 넥쏘의 출시 연기를 시작으로 향후 현대차의 수소차 로드맵에 전반적인 조정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 당장 2028년 모든 상용차에 수소연료전지를 적용하겠다는 계획부터 실현 가능 여부를 확신하기 힘든 분위기다. 현대차가 현재 양산 중인 수소 상용차는 수소전기트럭 ‘엑시언트’와 수소전기버스 ‘일렉시티’ 등이다. 특히 현대차는 엑시언트 후속 모델 개발을 통해 세계 수소상용차 시장 선점에 나선다는 목표였으나 속도 조절이 불가피해졌다.
수소차를 둘러싼 국내외 여건도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지난 달 29일 국회를 통과한 2022년 추가경정예산안에서 수소차 보급 및 수소충전소 설치사업 예산은 6677억6900만 원으로 편성됐다. 기존 8927억6900만 원에서 25.2% 줄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정부와 국회가 수소산업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