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미성년자 성착취…'I believe I can fly' 알켈리의 최후

재판부 "폭력·학대·정신적 지배에 관한 사건"…징역 30년

2019년 9월 미성년자 성 착취 등의 혐의를 받는 R&B 가수 알 켈리가 시카고 법원에 출석했다. AP연합뉴스2019년 9월 미성년자 성 착취 등의 혐의를 받는 R&B 가수 알 켈리가 시카고 법원에 출석했다. AP연합뉴스




히트곡 ‘I believe I can fly’를 발표하고 1990년대 미국 대중음악을 이끌었던 R&B 스타 알켈리(로버트 실베스터 켈리·55)가 미성년자 성 착취 혐의 등으로 약 30년 만에 중형을 선고받았다.



뉴욕시 브루클린 연방지방법원은 29일(현지시간) 미성년자 성매매와 공갈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켈리에게 징역 30년과 10만 달러의 벌금을 선고했다.

앤 도널리 연방판사는 "당신이 무기로 사용한 것은 성(性)이지만, 이번 재판은 단지 성에 관한 사건이 아니라 폭력, 학대, (정신적) 지배에 관한 사건"이라며 "당신은 피해자들에게 사랑은 노예와 폭력이라고 가르쳤다"고 밝혔다.

재판에서 다수의 피해자들은 켈리가 자신들이 미성년자일 때부터 변태적이고 가학적인 행위를 강요했다며 눈물과 분노를 쏟아냈다.

한 피해자는 켈리에게 "당신은 내 영혼을 박살 내고, 날 너무 비참하게 느끼게 했기 때문에 말 그대로 죽고 싶었다"며 "당신도 기억하는가"라고 물었다.

피해자들은 켈리가 비밀 서약서에 강제로 서명할 것을 요구했고, 켈리가 정한 규칙을 어기면 폭행 등의 벌을 받았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실제로 켈리는 규칙을 어겼다는 이유로 한 피해 여성의 얼굴에 배설물을 바르게 한 뒤 동영상을 촬영한 바 있다. 또 자신이 성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숨기고 피해자들에게 헤르페스를 옮기기도 했다.



켈리의 변호인들은 이날 재판에서 아동 성 학대와 가난, 폭력으로 점철된 켈리의 어린 시절을 고려해 10년 이하의 징역형을 선고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켈리는 재판 내내 말없이 침묵을 지켰다.

관련기사



29일(현지시간) R&B 가수 알켈리의 피해자 중 한 명인 조반테 커닝햄이 뉴욕 브루클린 연방법원에서 열린 선고 공판이 끝난 후 언론에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29일(현지시간) R&B 가수 알켈리의 피해자 중 한 명인 조반테 커닝햄이 뉴욕 브루클린 연방법원에서 열린 선고 공판이 끝난 후 언론에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켈리는 1994년부터 어린 소녀들을 성적 착취한다는 소문에 휩싸였다. 켈리는 1994년 당시 15세에 소녀였던 R&B 스타 알리야를 임신시킨 뒤, 알리야의 나이를 18세로 조작한 운전면허증을 만들어 사기 결혼한 혐의를 받는다.

알리야는 22살이던 2001년 비행기 추락 사고로 사망했다. 1997년에는 미성년자 성폭력과 성희롱 혐의로 고소당했고, 2002년에는 10대 소녀와 성관계를 하는 영상이 공개돼 아동 포르노 혐의로 기소되기까지 했지만 무혐의로 풀려났다.

당시 켈리 측은 영상 속 인물은 본인이 아니라 닮은 얼굴을 가진 사람일 뿐이고, 컴퓨터로 합성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망을 피해 가는 듯했던 켈리는 2010년대 후반 '미투 운동'이 활발해지면서 관련 다큐멘터리가 제작되는 등 다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미국 케이블·위성방송 채널인 라이프타임은 켈리의 소아 성애 및 납치, 감금 행태를 담은 6부작 다큐멘터리를 지난 2019년 공개했다. 다큐멘터리에서 피해자들은 켈리가 10~20대 여성 팬과 가수 지망생 일부를 본인 자택에 가둔 후, 그들의 일상을 통제하며 일종의 ‘성 노예’로 삼았다고 고백했다.

지난 2017년 키티 존스가 R&B가수 알켈리의 성노예 논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Lifetime 유튜브 캡쳐지난 2017년 키티 존스가 R&B가수 알켈리의 성노예 논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Lifetime 유튜브 캡쳐


켈리의 전처 안드레아 켈리도 다큐멘터리에 등장해 켈리의 지저분한 성생활을 폭로하며 자살을 생각한 적도 있다고 밝혔다. 켈리의 지인들과 동업자들은 그가 다른 사람들이 있는 자리에서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맺고 매번 동영상도 녹화했다고 진술했다. 피해자 중 한 명에게는 가족을 살해하겠다고 협박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피해자 리제트 마르티네즈는 고교 시절 켈리가 강압적으로 성관계를 요구한 탓에 임신하게 되었고, 이후 유산의 아픔까지 겪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 자신에게서 켈리가 영감을 받아 만든 노래가 마이클 잭슨의 1995년 히트곡 ‘You are not alone’이라고 주장했다.

2019년부터 보석 없이 구속 수감 중인 켈리는 오는 8월 시카고에서 아동 포르노와 사법방해 혐의에 관한 재판도 받는다.


김후인 인턴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