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긴축 드라이브와 경기침체 우려 본격화로 대표적인 성장주인 ‘BBIG(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 종목들이 흔들리면서 국내 증시 지형도가 바뀌고 있다. 금리와 인플레이션 압력에 취약한 배터리·인터넷 관련주들의 시가총액 순위가 하락한 가운데 원재료비 비중이 낮은 바이오·게임주가 약진하는 모양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초와 지난 1일 코스피 시총 상위 종목을 비교한 결과, 순위 변동폭이 가장 컸던 종목은 네이버(NAVER(035420))와 카카오(035720)였다. 두 종목은 연초만 해도 시가총액 3위 자리를 두고 경쟁하며 ‘국민주’로 여겨졌지만, 현재는 주가가 고점 대비 반토막이 나며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연초 시총이 61조 원에 달했던 네이버는 38조 원대로 급감하며 순위가 3위에서 5위로 추락했다. 카카오도 시총이 같은 기간 51조 원에서 29조 원으로 쪼그라들며 5위에서 10위로 떨어졌다. 지난해 여름 국내 증시에 화려하게 등장해 금융 대장주 자리를 꿰찼던 카카오뱅크(323410)는 주가가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며 10위권에서 21위로 내려 앉았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2차전지주들의 모멘텀이 약해지는 모습이다. 한때 코스닥 대장주를 탈환했던 에코프로비엠은 2위에서 7위로 밀려났다. 최근 대장주인 LG에너지솔루션의 투자 재검토로 투자 심리가 얼어붙은 탓이다.
반면 연초 주춤했던 바이오주와 게임주는 투자 맥박이 다시 강해지고 있다. 셀트리온헬스케어(091990)가 코스닥 시총 1위를 꿰찼고, HLB(028300)는 8위에서 4위로 순위가 상승했다. 카카오게임즈(293490)는 5위에서 3위로 두단계 뛰어올랐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방어력이 BBIG 내에서 희비를 가른 것으로 풀이된다. BBIG는 미래 성장을 주도하는 산업으로 주목받으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유동성이 커진 장세에 수혜주로 부상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압력과 금리 상승세에 자금 조달에 대한 부담이 부각되면서 하락세가 가팔라졌다. 특히 2차전지와 인터넷주의 경우 원재료 가격이나 인건비 가격 상승 타격이 컸다. 반면 바이오주와 게임주는 원재료비 부담이 낮아 상대적으로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부 전문가들은 비대면의 수혜가 사라진 게임주보다 바이오주의 방어력이 더 좋을 것으로 보기도 한다. 하태기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제약사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순수 원재료비 비중은 20% 미만에 불과하다”며 “제조 원가에서 비중이 큰 감가상각비·인건비 등은 유가 상승과 환율 상승에 큰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