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제주도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에 위치한 삼다수 공장의 L5 생산 라인. 내부로 들어가니 500㎖ 생수가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쉴 새 없이 흘러나오고 나오고 있었다. 공장 바로 옆에 있는 화산암반층 지하 420m 취수원에서 뽑아 올린 물은 여과와 자외선 살균을 거쳐 페트병에 담기고, 뒤이어 캡(뚜껑)으로 밀봉되는 작업을 거친다. 그렇게 우리가 슈퍼나 편의점에서 보는 ‘삼다수’ 한 병이 탄생한다. 이날 공장에서 만든 상품의 특징은 제품 홍보를 위한 포장인 라벨이 없다는 것이다. 이곳에서 500㎖ 무(無) 라벨 생수는 시간당 1만 8000병, 330㎖는 시간당 2만 3430병이 만들어진다. 삼다수를 생산하는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의 강경구 연구개발(R&D) 센터장은 “지난해 6월 처음 출시된 삼다수 무라벨 생수는 7개월간 1억 병 팔리며 전체 판매량의 30%를 차지했다”며 “라벨이 있어야 삼다수의 정보를 알릴 수 있는데 친환경 경영을 위해 소비자들의 ‘알 권리’를 희생하면서까지 무라벨 비중을 늘려왔다”고 말했다.
공사의 이 같은 행보는 친환경이 생수 업계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삼다수의 물맛 비결이 ‘자연(한라산 빗물)’에 있는 만큼 환경을 고려한 행보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필수 요소다.
실제로 삼다수는 뛰어난 수질과 물맛을 바탕으로 지난 20여 년간 선도 기업의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다. 한라산 해발 1450m 이상의 지대에 내린 빗물이 18~21년간 현무암과 화산송이 층을 통과하며 자연 정화돼 지하 420m 부근에 모이는데 이를 원수(源水)로 삼는다. 워낙 물이 깨끗하고 칼슘, 칼륨, 마그네슘, 실리카, 바나듐 등 미네랄이 풍부해 1998년 3월 출시 3개월 만에 생수 시장 1위에 오른 뒤 올해도 44.2%(1분기 기준)의 점유율로 24년간 부동의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공사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제품 외관까지 환경친화적으로 싹 바꿔야 미래가 있다고 판단하고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친환경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게 ‘3무(無)’ 정책이다. 무라벨은 기본이고 무색 페트병·무색 뚜껑까지 적용했다. 용기나 포장에 색(色)이 들어가면 불순물 유입으로 재활용이 어려워지기에 지난해부터 3무(無)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무색 페트병·뚜껑을 쓰는 곳은 생수 업계에서 삼다수가 유일하다.
재생 페트병 시제품 생산도 완료했다. 페트병의 원료는 페트칩인데, 재생 페트병에는 거둬들인 투명 폐 페트병을 화학반응으로 분해해 만든 페트칩(CR페트칩)이 30%가량 함유돼 있다. 공사는 지난해 10월 CR페트칩을 사용한 ‘삼다수 리본(RE:Born)’ 개발을 완료하고 올 초 생산 체계를 구축해 2만여 병을 시범 생산했다. 이 밖에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페트병 무게도 꾸준히 줄이고 있다. 2ℓ 제품의 경우 첫 출시 당시 대비 현재 무게를 8.5g까지 줄였다. 김정학 제주개발공사 사장은 “순이익을 생각하면 불리할 수 있지만, 환경을 생각하지 않는 제품은 배척당할 것이기 때문에 친환경을 반드시 가야 할 길로 보고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5년 완공을 목표로 현 공장 옆에 친환경 팩토리 L6 라인 건설도 추진 중이다. 이곳에는 재생 페트병 양산 설비 등이 들어간다. 공장이 완공되면 삼다수 연간 생산량이 현 100만 톤에서 140만 톤까지 늘어 친환경 제품의 비중을 더 높일 수 있다. 또 무라벨 이라도 삼다수 정보를 알 수 있도록 뚜껑에 제품 정보를 담은 QR코드 삽입도 검토 중이다. 김 사장은 “내년까지 무라벨 비중을 50%까지 늘리고 수년 안에 재생 페트병 양산 체계도 구축해 삼다수가 생수업계의 친환경 경영 바로미터가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