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보루’ 반도체마저 흔들, 대통령이 위기 사령관 직접 맡아야


올해 상반기 무역 적자가 역대 최대인 103억 달러를 기록하는 등 위기가 고조되자 정부가 3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주재로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다. 무역금융 40조 원 이상 확대 등 가용한 카드를 내놓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이대로 가면 1997년 이후 처음으로 ‘쌍둥이(경상·재정) 적자’라는 오명을 쓸 수도 있다. 원자재 값 급등으로 주력 기업들은 줄줄이 ‘어닝쇼크’에 빠졌으며 ‘마지막 보루’인 반도체마저 흔들리고 있다. 우리 수출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반도체의 수출 증가율은 전년 6월 34%에서 지난달 10.7%로 3분의 1토막이 났다. 미국 마이크론의 6~8월 매출은 전문가 예상보다 21.2%나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우리와 주력 제품(메모리)이 같은 마이크론의 성장 둔화는 수출 전선에 짙은 먹구름이 낄 것임을 예고한다.



글로벌 경제 환경도 갈수록 암울해지고 있다. 미국 의회조사국은 “1980년대 초 2차 석유 파동 이후 40년 만에 더블딥(이중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닥터 둠’으로 불리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과 2008년 금융 부채 위기가 결합된 형태가 될 것”이라며 초유의 복합 불황을 점쳤다. 자산 시장에서는 집값보다 전세가 더 비싼 ‘깡통 주택’과 주식을 다 팔아도 빌린 돈을 갚지 못하는 ‘깡통 계좌’가 급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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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위기는 경제부총리 수준에서 감당할 수 없는 상황으로 악화하고 있다. 여야 정치권까지 발등에 떨어지는 불을 수수방관하고 있어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경제 위기 사령관’을 맡을 수밖에 없다. 과거 외환 위기와 글로벌 금융 위기 때처럼 대통령이 주도하는 ‘경제 워룸’을 가동해 24시간 대응 체제로 수출·금융 등의 대책을 정교하게 다듬고 실행해야 한다. 규제·노동·교육·공공 등의 구조 개혁도 국회의 법 개정 때까지 마냥 미뤄서는 안 된다. 시행령 등으로 가능한 것부터 경제 체질 개선을 서둘러야 위기 돌파의 희망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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