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국내증시

"버텼더니 더 손해"…저점 신호에도 탈출하는 개미들

개인들 "장기투자" 꾸준히 샀지만

올 평균 23% 손실 내며 불안 가중

삼성전자 작년 말 팔았다면 -3%

현재까지 들고있을땐 -30% 확대

증권가는 매수의견속 목표가 낮춰





주부 A씨(58)는 지난해 삼성전자(005930)가 ‘10만 전자’까지 갈 거란 얘기가 나왔을 때부터 삼성전자 비중을 꾸준히 늘려왔다. 하지만 최근 반등할 기미가 보이지 않아 걱정이 많다. 그는 “올해는 주가가 많이 떨어졌지만 ‘삼성전자가 망하겠나’라고 가볍게 생각하고, 오히려 저가 매수 기회라고 생각해 더 사들였다”며 “그런데 얼마 전에는 ‘5만전자’가 돼버렸고, 이제는 손실이 너무 커 쉽게 팔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직장인 B씨(26)는 작년 하반기부터 사 모았던 삼성전자와 네이버 주식을 최근 전량 처분했다. 그는 “우량주를 장기 보유하면 언젠가 오른다고 믿어 계속 버텼지만 6월 들어 하락 폭이 커지며 20%가 넘는 손실이 발생하자 더는 버티지 못하겠다고 생각해 손절을 마음먹게 됐다”고 말했다.



코스피가 올 상반기에만 21.7% 추락하는 ‘역대급 하락장’을 펼친 가운데 국내 대형 우량주에 투자한 개미들의 ‘항복 신호’가 쏟아지고 있다. 특히 풍부한 유동성으로 증시 활황장이 이어진 지난해 상반기 고점에 주식을 사들인 개인들 사이에서는 연일 이어지는 하락세에 ‘하루라도 빨리 파는 게 나았다’는 볼멘소리마저 나온다. 저가 매수를 통한 ‘물타기’로도 회복되지 않는 처참한 수익률에 ‘손절매(로스컷)’를 했다는 투자자들도 부쩍 늘었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여전히 대형주의 추락이 과도하다고 판단하며 ‘지금 손절은 권하지 않는다'고 조언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대형주에 대한 목표가는 줄줄이 내려잡는 행동을 보이며 개인들의 불안을 부추기는 모습이다.

관련기사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의 2021년 평균 수익률은 10.60%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들 종목은 올해 평균 23.72% 손실을 냈다. 개인들은 지난해 삼성전자가 주당 9만 원을 돌파하는 등 코스피 대형주 중심의 상승장이 펼쳐지리라는 기대감이 커지자 1월에만 22조 원, 상반기 통틀어 55조 원을 순매수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이들 대형주의 상승세가 약해졌고 올 들어서는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전쟁 등의 복합 악재가 쏟아지며 수익은커녕 큰 손실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이러다보니 개인들 사이에서는 ‘장투했더니 손실이 더 커졌다'는 불만이 터져나오며 지금이라도 팔아야하는 것이냐는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실제 지난해 1월 초 삼성전자를 매수한 투자자의 경우 1년 만인 연말에 팔았더라면 손실은 3.33% 수준에 그쳤겠지만 현재까지 계속 보유하고 있었다면 손실율이 30.62%까지 커진다. 또 다른 반도체 대장주인 SK하이닉스(000660) 역시 지난해 1월 초 사들여 1년 만에 팔아치웠다면 10.55%의 수익을 봤을 테지만 현재까지 보유하고 있다면 수익률이 -26.16%로 급락할 처지다.

국내 양대 빅테크인 NAVER(035420)카카오(035720)에 투자한 개미들의 상황은 더욱 처참하다. 지난해 초 NAVER와 카카오를 매수해 12월 말에 팔았다면 각각 29.4%, 43.88%의 수익률을 냈겠지만, 지금까지 들고 있다면 -18.97%, -13.92% 손해다. NAVER와 카카오는 글로벌 금리 인상 기조 속에서 투자 심리가 주춤, 올 들어서만 각각 28.22%, 40.18% 하락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증권가는 국내 대형주들에 대해 매수를 권하는 모습이다. 김경훈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6월 위험 회피 시그널은 올 들어 가장 낮은 수준까지 하락했으며, 올 3분기 내 경기 수축 사이클의 종료가 예상된다”며 “주식 전략 측면에서 그간 지속돼 온 경기 수축 사이클이 종결될 것으로 예상되는 올 하반기 장을 대형주 중심으로 대응할 것을 권고한다”고 조언했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도 “불황에 강한 주식을 찾아야 한다”며 “경기둔화기 증시 포트폴리오에서는 소형주보다 대형주가 차별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대형주의 목표 주가에 대해서는 눈높이를 낮추는 보고서를 줄줄이 발표하며 개인투자자들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특히 반도체주에 대한 이익 기대감이 낮아지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목표가를 낮추는 리포트만 6월 한 달 동안 20건이 쏟아졌다. 박성순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에 대해 "1분기에 이어 대외 악재가 지속되는 환경"이라며 “경기 둔화 가능성으로 정보기술(IT) 수요 부진 우려가 커지고 있으며 그동안 수요의 버팀목이었던 서버 고객의 구매 감소 가능성도 있어 목표주가를 내려잡았다”고 설명했다.


성채윤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