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한때 전력 수요가 90GW(1GW=1000㎿)에 육박하면서 전력예비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시장에서는 9년여 만에 ‘전력수급 비상단계’가 발동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전력수급 여건에 따라 2011년과 같은 ‘블랙아웃(대정전)’ 발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45분께 최대 전력 수요는 89.83GW를 기록해 올해 최대 전력 수요 기록을 경신했다. 전력예비율이 올 들어 첫 한 자릿수(9.5%)를 기록했던 지난달 23일 최대 전력 수요(83.5GW)와 비교하면 11일 만에 전력 수요가 무려 6GW 이상 늘었다. 다만 전력 공급 능력도 9GW 이상 늘어 이날 전력예비율은 9.5%로 이전 최저치와 동률을 기록했다.
정부 내에서는 찜통더위와 열대야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올 여름 전력 수요가 꾸준히 늘 것으로 보고 있다. 전력거래소는 이번 주 최대 전력 수요를 91GW, 최소 전력예비율을 7.6%로 각각 전망했다.
올 여름 전력수급 여건은 만만찮다. 올여름 전력 공급 능력이 노후 석탄발전소 폐지 및 각 발전소 정비 일정 등으로 전년(100.7GW) 대비 0.2GW 늘어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정부는 앞서 올 여름 전력 예비력을 최저 5.2GW로 전망하기도 했다. 전력 예비력이 5.5GW 미만으로 하락할 경우 ‘전력수급 비상단계’가 발동되며 각 가정이나 사무실의 냉난방 설비 가동이 중단된다. 지난달 월평균 최대전력이 6월 기준 역대 최고치인 7만 1805㎿를 기록한 것 또한 이 같은 전력수급 관련 우려를 키우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7월 정비 중이던 신월성 1호기, 신고리 4호기, 월성 3호기 등 원전 3기를 긴급 투입하며 전력수급 비상단계 발동을 간신히 막은 바 있다. 지난해 원전 3기 긴급 투입과 관련해 ‘고무줄 정비 기간’이라는 비판이 상당했다. 당시 학계에서는 ‘탈원전 정책’ 때문에 정비 기간을 일부러 늘리는 방식으로 원전의 경제성을 떨어트리려 한다는 비판이 거셌다.
정부는 올해에는 △자발적 수요 감축 △신한울 1호기 등 신규 설비 시운전 △발전기 출력 상향 등을 단계별로 가동해 전력수급 문제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