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선보인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캐스퍼의 누적 판매량이 출시 10개월 만에 3만 대를 넘어섰다. 높은 상품성과 모델 다변화 전략,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맞물려 ‘가성비’를 인정 받은 것이 흥행 비결로 분석된다. 캐스퍼의 흥행으로 경차 시장도 덩달아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4일 현대차(005380)에 따르면 캐스퍼는 지난해 9월 출시 이후 지난달까지 총 3만 4006대가 판매됐다. 올해 상반기 판매량만 해도 2만 3200대에 달하며 팰리세이드에 이어 현대차 SUV 차종 가운데 두 번째로 좋은 실적을 거뒀다. 모닝, 레이, 스파크 등 다른 경차의 추격은 여유 있게 따돌렸다.
캐스퍼는 국내 첫 상생형 일자리인 광주글로벌모터스(GGM)가 위탁 생산하는 차종으로 현대차가 아토스 이후 19년 만에 선보인 배기량 1000㏄급 경차다. 출시 당시 모든 옵션을 추가한 가격이 2000만 원을 넘기자 경차로서의 매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지만 얼리버드 예약 시작 하루 만에 1만 8940대가 계약되는 등 연이은 판매 호조로 우려를 불식했다.
개성 있는 디자인, 공간 활용성, 경제성을 두루 갖춘 점이 인기요인으로 꼽힌다. 캐스퍼는 원형 발광다이오드(LED) 주간주행등과 기존에 없던 색상을 적용하는 등 아이코닉한 디자인을 구현하며 가성비와 개성을 추구하는 MZ세대 소비자를 공략했다. 운전석이 앞으로 완전히 접히는 시트를 적용해 실내 공간 활용성을 키웠고 전 트림에 전방 충돌방지 보조와 차로 이탈방지 보조 등 지능형 안전 장치를 기본 적용하며 경차를 넘어서는 상품성까지 갖췄다. 기본 모델 기준 리터 당 14.3㎞의 복합연비를 제공하는 점 역시 고유가 시대에 매력적인 요인이 됐다.
밴 모델을 추가하는 등 다양한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노력도 효과가 있었다. 2월 출시된 캐스퍼 밴은 기존 2열 시트 공간을 비워내 최대 940ℓ의 적재 용량을 구현했다. 이를 통해 단종된 다마스와 라보의 빈자리를 대체하며 소형 상용차 수요를 일부 가져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제도적 뒷받침도 흥행에 한 몫 했다. 지난해 말 경차 혜택을 확대하는 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며 연간 20만 원 한도이던 유류세 환급은 2023년까지 2년 연장됐고, 취득세 감면 혜택도 2024년까지 75만 원으로 상향됐다. 공영 주차장과 고속도로 통행료 50% 감면 등의 혜택도 지속되며 경제성을 중시하는 소비자를 이끈 것으로 보인다. 업계 최초로 100% 온라인 판매를 도입한 점 역시 비대면 구매에 익숙한 MZ세대 고객층의 소비 습관과 맞아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캐스퍼의 흥행으로 업계에선 올해 연간 경차 판매량이 3년 만에 다시 10만 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다. 경차 판매량은 2012년에 연간 20만 대를 넘기기도 했지만, 이후 내리막길을 걸어 2020년에는 10만 대 아래로 떨어졌다. 하지만 올해 들어 상반기 판매량만 이미 6만 5000대를 넘어서며 반등에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