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붐을 타고 각광 받던 후불결제(BNPL) 서비스 업계가 투자자들로부터 ‘밑 빠진 독’ 취급을 받고 있다.
지난해 6월 소프트뱅크 그룹으로부터 456억 달러(약 59조 1000억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 받았던 스웨덴의 대표 업체 클라나는 최근 기존 투자자로부터 기업가치 65억 달러에 투자금을 조달하기로 사실상 합의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일(현지 시간) 전했다. 일 년 사이 기업가치가 15% 수준으로 추락한 것이다. 지난해 1월 나스닥 상장으로 기대를 모았던 어펌의 주가는 상장 당시 117달러에서 1일 종가 기준 17달러로 85% 넘게 빠졌다. 같은 해 9월 27억 달러에 일본 BNPL 업체 페이디를 인수한 페이팔도 최근 인수가가 필요 이상으로 높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페이팔 주가는 인수 당시와 비교해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2020년 9월 BNPL 업체 쿼드페이를 인수한 호주의 집코도 일 년 사이 주가가 90% 넘게 곤두박질쳤다. 지난달 웨드부시증권 애널리스트인 데이비드 치아베리니는 ‘지금 팔고 나중에 사라’는 제목의 리포트에서 “어펌이 향후 몇 분기 동안 성장 둔화를 경험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시장조사 기관 프리시던스리서치는 최근 보고서에서 BNPL 시장 규모가 지난해 1250억 달러에서 2030년 3조 2682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같은 장밋빛 전망에도 시장이 급속도로 얼어붙은 것은 성장 동력이었던 e커머스 업계의 성장 둔화 때문이다. 특히 최근 BNPL 서비스를 출시하기로 한 애플이 수수료와 이자를 모두 없애기로 하면서 업계가 생존을 위한 출혈 경쟁 단계에 접어들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실리콘밸리의 한 벤처 투자자는 “침체기에는 투자자들이 대규모 비용이 들어가는 분야에 대해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대표적인 업계가 BNPL 분야”라고 말했다.
게다가 BNPL이 주로 저신용자에 의해 사용되는 만큼 경기 침체 시 연체율이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작용한다. 마셜 럭스 하버드케네디정책대학원 연구원은 미 경제 방송 CNBC에 “이제 소비자들이 BNPL로 펠로톤 자전거가 아니라 운동화·청바지는 물론 심지어 양말까지 사기 시작했다”며 사람들이 생활용품을 할부로 구매한다는 건 위험 신호”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