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무역은 최근 몇 년 동안 ‘탈세계화’라는 도전에 직면해 왔다. 미중 무역 갈등,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그리고 최근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이 대표적인 예다. 그에 비해 아시아에서는 자유무역협정(FTA)인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이 체결되고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15개 회원국의 무역 활성화 협정이 발효되는 등 서구의 상황과 대조를 이룬다. 이처럼 산업화한 세계의 많은 부분이 점점 더 무역과 공급망을 탈세계화하고 있고 미국과 유럽 역시 보호무역주의를 채택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시아 국가들은 역내 및 세계 다른 국가들과 더욱 긴밀한 통합을 추구하고 있다.
이러한 차이가 나타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아시아의 지도자들은 역사적 경험을 통해 경제성장을 위한 최선의 길이 국제 무역과 개방 경제라는 것을 알고 있다. 지난 50년 동안 중국·한국·싱가포르 등의 경제성장 사례들은 개방적 무역이 검증된 성공 전략임을 잘 보여준다. 둘째, 아시아는 무역으로부터 이득을 볼 수 있는 요소가 많이 남아 있다. 풍부한 저비용 노동력 공급, 광범위한 인프라 연결성, 높은 수준의 저축과 투자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셋째, 아시아 국가들은 일반적으로 서방 국가들에 비해 국내 포퓰리즘 정치로 인한 제약이 덜해 전체적인 파이를 키우고 이익을 얻는 무역협정을 체결하는 것이 보다 수월하다.
이처럼 국제 무역에 대한 아시아 국가들의 개방적인 태도는 아시아 시장을 매력적인 투자처로 만든다. 무역에 열성적이고, 상대적으로 마찰이 덜한 면모로 인해 경제가 높은 성장성과 안정성을 갖기 때문이다. 만약 아시아 지역에서 평화가 계속되고 국가들 사이에 편 가르기가 시작되지만 않는다면 아시아 국가들은 계속해서 외국 투자를 유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환경은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결국 경제성장으로 이어지게 된다.
또한 아시아는 향후 10년간은 다른 지역에 비해 견조한 성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아프리카·중동·라틴아메리카 등 여타 신흥국 시장에서는 팬데믹의 후유증, 고인플레이션율의 압박, 그리고 국가부채 등으로 인해 중산층의 성장이 불확실한 상태다. 반면 아시아 지역 중위 소득층의 성장은 계속될 것으로 보이고 이는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뒷받침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전 세계에서 아시아가 차지하는 무역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아시아 국가들의 통화와 자본시장의 안정성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리하자면, 전 세계적으로 탈세계화의 기류가 점점 강해지는 가운데에도 아시아는 자유무역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독특한 지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아시아 시장은 높은 성장성과 안정성을 보이며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