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북파공작 임무를 목적으로 입대한 특수임무 수행 부사관을 복무기간만 고려해 일반 하사로 분류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을 내놓았다.
인권위는 5일 국방부 장관에게 "입대 시부터 부사관으로 임용된 사실이 확인되는 특수임무 수행자들을 병(兵)의 의무복무기간과 같은 기간만 복무했다는 이유만으로 '지원에 의하지 않고 임용된 하사'로 분류하지 않도록 관련 업무를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진정인 A씨는 1990년 7월 북파공작 임무를 맡는 육군 첩보부대(HID)에 하사관으로 입대했으나, 복무 중 낙하산 사고로 부상을 당해 1993년 1월 만기 전역했다. 그는 국방부가 상이연금 신청 소급시효를 올해 11월 27일까지 연장 운영하면서 상이연금을 신청했다. 하지만 국방부는 A씨의 복무기간이 병의 의무복무기간(30개월)과 동일하다는 이유로 그를 일반 하사, 즉 ‘지원에 의하지 아니하고 임용된 부사관’으로 분류하고 상이연금 대상에서 제외했다.
현행 군인재해보상법에 따르면 '지원에 의하지 않고 임용된 부사관'과 '병'은 장애보상금과 사망보상금만 지급받을 수 있고, 상이연금 대상에서는 제외된다. 이에 A씨는 다른 부사관들과 비교했을 때 부당한 차별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는 "북파공작원 임무 수행을 위해 특수요원 훈련을 거듭했던 진정인을 보병분대장에 해당하는 일반 하사와 같이 취급한다는 것 자체가 설득력이 없다"며 "복무기간만을 이유로 '일반 하사'로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1990년대 초 일반 하사 제도는 군 복무 경험이 있는 일등병 및 상등병 중 보병분대장을 선발하는 형식으로 운영됐으나, A씨의 경우 입대와 동시에 하사관 교육을 거쳐 하사로 임관됐고 군번 부여 체계도 일반 하사와 동일하지 않다고 인권위는 설명했다.
또 이번 진정 사건에서 사실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A씨의 급여명세표, 채용 관련 인사기록 등이 거의 남아있지 않은 상황을 두고는 국가가 북파공작원 양성을 위해 군 첩보부대를 창설해 운영하면서도 특수요원 존재 자체를 부정했던 과거의 그릇된 관행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증명책임은 국가에 있다고 인권위는 지적했다.
인권위는 "자신의 계급, 군번, 소속도 알지 못한 채 북파공작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혹독한 훈련을 감내해야 했던 특수요원을 국가가 일반 하사를 포함한 일반 의무복무 병사와 똑같이 취급하는 것은 상이연금 지급제도의 본질을 벗어난 해석"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는 다른 것을 같게 취급함으로써 평등권을 침해하는 차별행위에 해당하고, 나아가 그들의 희생에 대한 국가의 적절한 예우라고도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