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해소에 한국에 주재한 해외 관광청들이 바빠졌다. 해외여행을 나가는 우리 국민이 다시 급증하면서 이들이 유치에 전력을 쏟고 있는 것이다. 고위급 인사들이 잇따라 한국을 방문하는 것을 비롯해 박람회에 참가하고 우리 연예인을 활용하는 보폭을 넓히는 상황이다.
◇해외 관광청, 한국인 유치 강화=해외 관광청의 활동은 지난달 23일부터 26일까지 코트파 주최로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관광전’에서 잘 드러났다. 팬데믹 이후에 처음 열린 이 관광박람회 행사에 40여 국가의 관광청들이 참여해 자국의 관광 프로그램을 홍보했다. 여기서 해외 관광청은 정부 부처로서의 ‘관광청’보다 관광유치사무소 성격이다.
주한 외국 관광청 협회인 안토르(ANTOR Korea)도 설립 30주년을 맞아 참석해 홍보전을 펼쳤는데 안토르의 이 행사 참석은 처음이라고 한다. 김보영 안토르 회장(이탈리아관광청 대표)은 “되살아나는 관광 업계의 분위기에 같이 호응하고 힘을 모으고 있다”며 “해외여행도 많아졌고 관광청들도 적극 홍보 행사에 나서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18일 호주 퀸즈랜드주 관광청은 국내 관광 업계를 초청해 팬데믹 이후 새로워진 호주를 소개하는 ‘미디어 콘퍼런스’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날은 퀸즈랜드주 관광청과 더불어 브리즈번 관광청, 골드코스트 관광청, 북부 퀸즈랜드주 관광청이 함께하는데 각각 기관의 대표(청장)들이 한국을 방문한다.
앞서 지난달 27일에는 사우디아라비아관광청까지 합세했다. 이날 사우디관광청은 한국 내 첫 행사인 ‘서울로드쇼 2022’를 열고 사우디의 관광자원을 소개했다. 사우디관광청은 지난해 서울에 한국사무소를 개소했다. 다음달 16일 에어사우디의 ‘인천~리야드’ 직항 운항으로 본격적인 여행객 유치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을 방문한 알하산 알다바그 사우디관광청 아시아태평양 최고 책임자는 “각국의 다양성을 사우디로 유입시키고 모든 국가의 사람들이 자유롭게 왕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사우디 관광산업 진흥의 가장 큰 목표”라고 밝혔다.
말레이시아관광청은 지난달 2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트래블마트를 여는 등 보름간의 일정으로 ‘말레이시아 위크’ 행사를 진행했다. 또 괌정부관광청도 지난달 22일 서울 그랜드하얏트에서 관광 업계 초청 행사를 열고 올해 한국인 21만 명 유치 목표를 밝혔다. 태국관광청은 지난달 17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간담회를 가졌다.
해외 관광청들의 한국 연예인 활용 홍보도 시작됐다. 스위스관광청은 배우 이시영을 활용해 스위스 관광 홍보를 시작했다. 이시영은 스위스관광청이 주최하는 ‘100% 우먼’ 캠페인의 일환으로 지난달 17일 세계 각국에서 온 80여 명의 여성 산악인과 함께 스위스 남부 발레주에 있는 해발고도 4164m 브라이트호른 정상에 올라 세상에서 가장 긴 인간 띠를 만들었다.
배우 한지민은 호주정부관광청의 공식 초청을 받아 홍보대사 격으로 지난달 23일부터 8일간 호주를 방문했다. 싱가포르관광청은 독특하게 가상 인플루언서 ‘로지’를 내세워 싱가포르의 이국적인 풍경을 자랑했다.
◇‘너도나도 해외로’에 해외여행 급증=해외 관광청들이 이렇게 국내 활동의 보폭을 넓히는 것은 급증하는 해외 여행객 때문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 들어 5월까지 우리 국민의 해외 여행객은 93만 685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9.8%가 늘어났다. 특히 5월은 31만 5945명으로 318.9% 급증했다.
이는 같은 기간 방한 외래 관광객 58만 2459명(증가율 69.7%)과 17만 5922명(136.3%)의 거의 두 배다. 팬데믹 이후 우리 국민의 해외여행이 가장 먼저 활성화되면서 외국 관광청으로서는 무궁무진한 시장이 열린 것이다. 덩달아 우리 여행사들도 해외 여행객 송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와 관련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에는 우리 국민 2871만 명이 해외여행을 했는데 이는 국민 2명 중에 1명 규모였다. 이것이 2020년과 2021년에는 각각 427만 명, 122만 명으로 급감했었다. 즉 엔데믹에 따른 올해 ‘보복 여행’ 수요가 무궁무진한 셈이다.
박강섭 코트파 대표는 “아웃바운드(우리 국민의 해외관광)가 외화 유출의 가능성도 있지만 국민 삶의 질과 안목을 넓히는 동시에 글로벌 관광 시장에서 한국 관광의 입지를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잘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수문 기자 chs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