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결정할 때 중요하게 고려하는 사항에 대해 남성은 ‘자신의 경제력’, ‘여성은 배우자의 경제 여건’이라고 답한 것으로 드러났다.
5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건복지전문지 ‘보건복지포럼’에 게재된 ‘성 역할 가치관과 결혼 및 자녀에 대한 태도’ 연구보고서(임지영 전문연구원)'를 보면 남여간의 시각차가 뚜렷하다.
이번 연구는 19∼49세 남녀 약 1만 4000여 명(남성 7117명, 여성 7032명)을 대상으로 결혼할 때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9개 항목을 제시한 뒤 각 항목에 대해 ‘매우 중요하다’, ‘중요하다’고 응답한 경우를 합산한 응답 비율로(‘매우 중요하다’+‘중요하다’ 응답률) 항목별 중요도를 조사했다.
분석 결과 남녀 모두 ‘부부 간의 사랑과 신뢰(남성 92.4%, 여성 94.9%)’가 가족을 새로 형성할 때 가장 중요한 고려사항이라는 점에서는 일치했다.
하지만 이후 응답 항목 순서와 응답 비율에서는 성별 간 차이를 보였다.
남성의 경우 ‘본인의 경제적 여건(84.1%)’과 ‘본인의 일과 직장(83.6%)’이 뒤를 이은 반면, 여성은 ‘안정된 주거 마련(86.5%)’, ‘배우자의 일과 직장(86.1%)’, ‘배우자의 경제적 여건(86.1%)’ 순이었다.
남성은 본인의 경제력을 결혼에서 중요한 조건으로 여기지만 여성은 본인보다는 배우자의 경제적 여건을 중요하게 고려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에 아직은 남성이 가계 경제를 책임지고 양육은 주로 여성이 부담한다는 전통적 의식이 남아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결혼 제도 자체를 바라보는 시각에도 성별 간 차이가 드러났다.
결혼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살펴보면 남성은 53.3%(‘반드시 해야 한다’ 12.1%, ‘하는 편이 좋다’ 44.2%)에 달했지만, 여성은 35.5%(‘반드시 해야 한다’ 4.7%, ‘하는 편이 좋다’ 30.8%)에 그쳤다. 결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남성은 41.3%, 여성의 경우 62.8%로 여성이 남성보다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