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과 재생에너지는 경쟁이 아니라 보완관계입니다. 유럽은 2019년부터 ‘탈원전’ 대신 ‘탈탄소’를 목표로 에너지 정책을 전환했습니다. 2050 탄소 중립 시대에 우리나라 에너지 믹스는 원자력과 재생에너지가 각각 60%, 40%의 비중에서 탄력적으로 움직일 것으로 봅니다.”
한국원자력학회장인 정동욱(사진) 중앙대 교수는 6일 서울경제 주최로 열린 ‘제15회 2022 에너지전략포럼’에서 “원전은 안정적인 에너지고 재생에너지는 변동성이 크다는 단점이 있다”며 "경제성·환경성·수용성 측면에서 장단점이 있는 에너지를 적절히 믹스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50년 만에 전 세계적인 에너지 위기가 닥쳤다. 정 교수는 “우리나라는 이미 1970년대 오일쇼크를 겪으며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원전의 중요성을 실감했다”고 짚었다. 1971년 우리나라 최초의 원전 고리 1호기를 착공해 1973년 1차 오일쇼크를 버텨냈고 2차 오일쇼크 직전인 1978년 고리 1호기의 상업 운전을 시작해 에너지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는 것이다.
유럽은 2019년 탄소 중립을 선언하고 적극적인 재생에너지 보급 정책을 펼쳤다. 부족한 전력은 가스 발전에 의존했다. 하지만 이는 유럽의 극단적인 ‘러시아 의존증’을 낳았다. 유럽은 석유·천연가스·석탄 소비량의 3분의 1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탈원전에 앞장섰던 독일은 가스의 40%를 러시아로부터 충당해 왔다.
정 교수는 탄소 중립이라는 목표에 다가서려면 다양한 에너지 옵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지난해 유럽에 바람이 불지 않아 풍력발전량이 급감했고 여름 장마철에는 태양광이 무용지물이 된다”며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의 러시아 가스 의존에 대한 자성도 일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유럽 각국이 원전을 다시금 주목하고 있다”며 “그동안 원전은 수용성에 문제가 있었는데 최근 유엔유럽경제위원회(UNECE)가 발간한 ‘발전원별 전 주기 평가 보고서’에서 인체 유해성을 포함한 모든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만큼 대국민 수용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향후 우리나라 에너지 믹스의 경우 원자력과 재생에너지가 각각 40~60%씩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력 수요가 가장 많은 낮과 가장 적은 밤의 전력 수요 차이가 약 30% 나는 만큼 원전이 최소한 40%의 기저부하(중심 전력)를 담당하는 가운데 풍력과 에너지저장장치(ESS) 발전의 개발 역량에 따라 60%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탄소 중립을 위해 각 에너지원의 장단점을 사실 위주로 국민에 알려 종합적인 판단이 가능하게끔 해야 한다”고 말했다.